부모 있는데 고아 만들어 입양 보내…法 불법 입양 첫 인정·배상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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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16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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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휴먼다큐 사랑 2017’에 출연했던 신송혁(아담크랩서) 씨.
MBC ‘휴먼다큐 사랑 2017’에 출연했던 신송혁(아담크랩서) 씨.
친부모가 있음에도 고아로 속여 한국인 아이를 국외로 입양 보낸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해 법원이 불법 입양을 인정하고 배상을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는 16일 1979년 미국에 입양됐던 신송혁(48·아담크랩서) 씨가 2019년 홀트아동복지회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에서 “홀트아동복지회는 신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1979년 당시 3살이었던 신 씨를 고아로 꾸며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신 씨는 자신에게 친부모가 있었음에도 홀트아동복지회가 가짜로 고아 호적을 만들어 입양 보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숨기기 위해 ‘신성혁’이었던 본명을 ‘신송혁’으로 고쳤다고도 주장했다.

고아의 경우 친부모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홀트아동복지회와 같은 입양알선기관의 기관장 동의만으로도 입양할 수 있다. 또한 양부모가 아이를 직접 보지 않고도 대리인을 통한 입양이 가능했다.

미국에 입양된 신 씨는 아동학대와 두 차례 파양을 겪은 뒤 16살에 노숙 생활을 하게 됐고 성인이 돼서야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6년 미국 정부는 경범죄 전력을 이유로 신 씨를 추방했다.

신 씨는 2019년 홀트아동복지회가 입양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한 관리 감독과 자국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법원이 국외 입양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국가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에 가족이 있는 신 씨는 현재 멕시코에서 살아 이날 재판엔 참석하지 않았다. 신 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수정 변호사는 1심 선고 뒤 “불법 해외 입양을 관리하고 용인해 온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크게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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