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순번 합의, 입찰가 공유”…한샘 등 가구업체 9년간 2.3조 짬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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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20일 1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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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샘 사옥. 2017.11.5/뉴스1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샘 사옥. 2017.11.5/뉴스1
검찰이 9년 동안 아파트용 특판가구(빌트인 가구) 가격을 담합한 가구업체 8곳과 업체 전·현직 대표 등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무려 2조3261억원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0일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등 가구업체 8곳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을 포함한 가구업체 전·현직 대표 6명 등 업체 관계자 12명을 건설산업기본법위반 및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리버스 특판가구 영업담당 직원 2명은 증거인멸·은닉교사죄로 약식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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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인 가구는 아파트 등 대단위의 공동주택 신축과 재건축 등 사업에서 주택 시공과 함께 설치되는 가구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건설사 24개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783곳의 빌트인 가구 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 및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투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담합한 입찰의 규모는 약 2조3261억원에 이른다. 가구업체들의 이 같은 담합은 결국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최양하 전 한샘 회장 (한샘 제공) 2019.11.1/뉴스1
최양하 전 한샘 회장 (한샘 제공) 2019.11.1/뉴스1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건설사의 아파트 신축현장 설명회 전후로 모여 입찰에 낙찰받을 순번을 합의했다. 낙찰 예정 업체는 전화와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로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했고, 들러리 업체들은 낙찰 예정업체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했다.

검찰은 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고 담합사실에 대한 자진신고가 이뤄진 이후에도 일부 임직원들은 계속해 담합을 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담합이 확인된 기간만 약 9년으로 그동안 가구업계에 불법적 관행이 만연해 있었다”며 “이에 관여한 임직원들도 별다른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담합 근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법인에 대한 벌금형 약식기소 및 실무자들에 대한 소극적 기소에서 벗어나 대표이사·총괄임원 등 최종책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업체 8곳 중 6곳은 전·현직 대표이사가, 6곳 중 3곳은 오너가 기소됐다. 반면 상급자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실무 직원들은 입건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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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검찰이 자진신고 담합 사건을 공정위 고발 없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첫 사건이다.

공정위가 해당 사안의 담합을 자진신고받고 지난해 5월부터 조사했다. 검찰은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담합)와 건설산업기본법상 입찰방해 범죄 구성요건이 같다고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검찰과 공정위는 수 차례 고위급·실무급 간담회를 열고 정보를 공유하고 고발요청 범위 등을 긴밀하게 소통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의 수사·공소제기가 가능하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공정위에 고발요청을 했고, 공정위는 지난 16일 대검에 이들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기소가 가능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에도 두 기관은 담합범죄 근절 및 이를 통한 공정경쟁질서 회복을 위해 상호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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