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키운 딸, 친자식 아니었다…法 “병원, 1억5000만원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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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8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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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40여 년 만에 알게 된 가족이 늦게나마 병원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 김진희 판사는 지난달 22일 남편 A 씨와 아내 B 씨, 딸 C 씨가 산부인과 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은 세 사람에게 각각 5000만 원씩 총 1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 씨는 1980년 경기도 수원의 한 산부인과의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당시 병원 간호사는 신생아였던 C 씨를 이들 부부에게 인도했고, 부부는 C 씨를 친자식으로 생각하고 키웠다.

그러다 지난해 4월 A 씨와 B 씨는 C 씨가 자신들 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 부부는 곧바로 친자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했고, C 씨가 두 사람 모두와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A 씨와 B 씨는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보고 병원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병원은 당시 의무기록을 폐기한 상황. 결국 부부의 친딸이 누구인지, C 씨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찾을 수 없게 됐다.

세 사람은 해당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아이가 자라는 동안 다른 아이와 뒤바뀔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40년 넘도록 서로 친부모, 친생자로 알고 지내 온 원고들이 생물학적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알게 돼 받게 될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며 “A 씨 부부는 한동안 불화를 겪기도 했다. 이 사고는 피고 측의 전적인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이들에게 총 1억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뒤바뀐 날을 기준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알게 된 때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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