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내, 따돌림으로 극단 선택”…어린이집 “진상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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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3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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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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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계룡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의 죽음과 관련해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이 이유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해당 어린이집은 진상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교사의 남편이라고 하는 박모 씨는 1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아내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아내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유족 측에 따르면 아내 유모 씨는 계룡에 있는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8년간 일해왔다. 그러던 유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 것은 어린이집 초대 ‘주임’을 맡으면서부터다.

남편 박 씨는 “아내와 비슷한 경력을 갖고 있던 교사들은 아내가 주임을 맡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그를 무시하거나 소외감 및 따돌림을 느끼게 하고 각종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1년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보육교사 자격증만 있던 아내를 두고 평교사들 사이에서 ‘저 사람을 주임으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돌았고, 그의 업무 지시를 무시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고인은 지난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표창을 받았고, 어린이집 인증평가에서도 만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1년을 버틴 고인은 주임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고 원장에게 지속해 건의했으나 원장은 ‘할 사람이 없다’며 연임을 지시했다.

박 씨는 “아내가 주임을 연임하게 되자 집단 따돌림하던 선생들은 마치 아내가 어린이집을 관둘 줄 알았는데 연임을 한다며 아내를 더욱 조직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정신과 상담도 받고 어린이집 원장에게 고충도 털어놨지만, 아내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남편은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장례를 치르는 내내 추론해 본 것은 (아내가) 1년여간 쌓인 직장 내 따돌림, 이간질 등 험담, 사실상 왕따 수준의 선생들의 대우와 최근 발생한 고충 제기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급성 우울증 상태가 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본인이 아닌 상태에서 1년간 누적된 스트레스와 고통이 무의식 상태인 아내의 몸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내의 사건을 ‘타인에 의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내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이 불러일으킨 참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충 상담 기록에 따르면 유 씨는 직장 내 따돌림으로 소외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진단서에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 불안, 무의욕감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내원해 진료받은 환자’라고 기록돼 있었다.

남편은 “가해자들이 아내에게 어떤 위해를 가했는지 밝히고 이에 합당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기를 원한다”면서 “제 아내와 아이들이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계룡 ○○어린이집 교사들이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되고 실추된 아내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는 “본부 측에서 진상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유족 측에서 외부 공인노무사를 선임하시기 원하셔서 본부 측과 상의하고 있다. 선임이 이뤄지면 교사들이 조사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로서 이 정도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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