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동생 돌보고 재산까지 준 지인을…17층서 밀어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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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6일 1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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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뉴시스
인천지법.뉴시스
아파트 17층에서 돈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80대 지인을 창밖으로 밀어 살해한 6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16일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67)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19년 10월 12일 오전 8시경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17층 거실에서 지인 B 씨(81)를 발코니 창문 밖으로 밀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신의 집에서 지상으로 추락한 B 씨는 사고 발생 30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후에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내가 준 돈을 돌려달라”는 B 씨의 말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피해자 B 씨는 사건 발생 5년 전인 2014년 가족이 입원한 병원에서 장애인 동생을 돌보던 A 씨와 연을 맺게 됐고, 이후 A 씨 아내와도 친분을 쌓았다.

B 씨는 자신의 아내가 사망하자 자신의 집에 찾아와 식사를 챙겨주던 A 씨 아내에게 토지 소유권을 넘겨줬다. 이후 A 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 옆집으로 이사도 했다.

하지만 재산을 넘겨준 뒤 B 씨는 생활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A 씨 아내가 B 씨의 신용카드로 골프의류와 가구 등 고가 물건을 사는 동안 정작 B 씨는 아들에게 생활비를 부탁하거나 요양보호사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더구나 B 씨는 뇌성마비로 중증 장애를 앓던 A 씨 동생까지 자신의 집에서 직접 돌봤다.

사건 발생 1년 6개월 만에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 7시 31분경 B 씨 집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고 40분 뒤 다시 갔더니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A 씨 아내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B 씨가 추락하는 모습을 못 봤다”고 진술했지만 중간에 “남편이 밀어 떨어뜨리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B 씨가 추락하는 모습을 못 봤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법원은 A 씨 아내의 진술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계속 바뀌긴 했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어 떨어뜨리는 상황을 봤다’는 A 씨 아내의 진술은 확고하게 믿을 만하다”며 “대화가 싸움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구체적인 몸싸움 내용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의 목에서 확인된 피하출혈과 관련해 감정의는 ‘추락으로 발생했다기보다는 손으로 눌러 생겼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는 A 씨 아내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병원 문제와 돈 문제 등으로 피해자와 다투던 중 아파트 17층 발코니 밖으로 떨어뜨려 살해했다”며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결과도 참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을 피고인 부부에게 증여했고 장애가 있는 피고인의 동생도 지극정성으로 돌봤던 점을 고려하면 반사회성이 큰 범행”이라며 “피고인이 유족의 용서를 받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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