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대필’ 독 된 챗GPT… 득되는 법 가르칠때 [기자의 눈/최미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최미송·사회부
최미송·사회부
“간단하고 일상적인 영어 작문 과제는 챗GPT 도움을 많이 받아요. 저뿐 아니라 친구들도 마찬가지예요.”

취재 중 만난 한 국제학교 학생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를 영문 과제에 활용하는 일이 최근 학교에서 드물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어로 전문가 수준의 작문 실력을 보여주는 AI 서비스가 이미 학생들의 일상에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 챗GPT 대필 에세이를 낸 7명이 ‘0점’ 처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국제학교에서도 최근 한 학생이 AI 서비스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했다가 교사에게 적발돼 경고를 받고 과제를 다시 제출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교사와 학교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한 국제학교 교사는 “인터넷이 정보를 줬다면 챗GPT는 글을 통째로 써 주니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학생 중 일부는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는 것과 챗GPT에 “자료를 찾아 달라”고 하는 게 뭐가 다르냐는 반론도 나왔다. 에세이 과제를 작성할 때는 활용하되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에서만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자료를 찾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출처나 인용 표시 없이 저작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한마디로 표절이다. 논문은 표절하면 안 되지만, 에세이 과제는 표절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미국에선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는 학생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 공립학교는 지난달 교내에서 학생과 교사가 챗GPT를 쓰지 못하도록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무작정 접속을 차단하는 게 상책일까. 한국판 챗GPT 등 유사한 AI 서비스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아이들은 어른보다 빨리 신기술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취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표절과 대필의 기준을 명확히 알리는 동시에 올바른 AI 활용법을 교육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시대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길러야 하는 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AI가 이를 도와줄 수 있다면 ‘학업의 보완재’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미송·사회부 기자 cms@donga.com
#과제 대필#챗gp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