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된다” 국민연금 개혁 속도…‘더 낼까’ ‘더 늦게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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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7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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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오는 3월로 예정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잠정 결과)’를 예정보다 이른 이달 말 발표한다. 직전인 2018년 발표한 2057년 국민연금 소진 시점이 저출산과 고령화,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1~3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는 모습. 2023.1.16/뉴스1
보건복지부가 오는 3월로 예정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잠정 결과)’를 예정보다 이른 이달 말 발표한다. 직전인 2018년 발표한 2057년 국민연금 소진 시점이 저출산과 고령화,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1~3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는 모습. 2023.1.16/뉴스1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잠정결과(시산) 기금 고갈 시점이 4차 재정계산 때보다 2년 더 당겨짐에 따라 재정안정화를 위한 연금개혁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통상 3월에 하던 재정계산 발표 시기도 두 달 앞당기면서 연금개혁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의 개혁 권고안을 받은 뒤 특위 운영시한인 4월까지는 개혁안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회와는 별개로 정부 개혁안도 대통령 보고 시점인 10월까지는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 2년 더 빨라졌다

뉴스1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재정추위) 27일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2023~2093)’를 발표, 현행 국민연금 제도 유지 시 오는 2041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는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이면 기금 소진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2018년) 때 내놓은 예측 시점보다 수지적자는 1년, 기금 소진은 2년 앞당겨진 결과다.

재정추위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악화, 경제성장 둔화 등을 더 악화한 국민연금 재정의 직접 원인으로 꼽았다.

합계출산율은 하락해 가입자 수는 감소하는데, 기대수명 증가로 수급자 수는 더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재정추위는 단순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재정안정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적립기금 규모에 대한 목표 시나리오별 필요보험료율을 4차 재정계산 때보다 약 1.66%p~1.84%p까지 높여야 한다고 봤다.

◇보험료율 인상, 수급개시연령 연장 등 개혁 시나리오는

국민연금 재정 악화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은 명료하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현실화하는 것인데, 새 정부 출범 후 수십회에 걸친 관련 전문가 포럼 등에서 제시된 방안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달 9일 복지부와 국회 연금특위가 공동주최 한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 내놓은 개혁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 연구위원은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면 2057년으로 예상했던 기금소진 시점을 최대 2073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p 인상해 12년 뒤인 2036년까지 15%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16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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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율 인상 시 국민연금 최대 적립 기금도 기존 1778조원에서 3390조원으로 두 배가량 늘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시점도 기존 예상시점은 2042년에서 2056년으로 14년 더 늧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같은 보험료율 인상이 현실화 할 경우 급여에서 비과세를 제외한 ‘기준소득월액’이 5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납부해야 할 부담금은 현행 22만5000원(4.5%)이지만, 2036년에는 37만5000원(7.5%)으로 15만원이 인상된다.

이 외에도 매년 0.2%p씩 30년에 걸쳐 보험료율을 미세하게 올리는 방안, 매 3년이나 5년마다 1%p씩 올리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이같이 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서서히 올리는 장기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효과가 10~15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연금 수급연령을 2048년 68세까지 5년마다 한 살씩 늦추는 방안도 나왔다. 이와 연계해 국민연금을 최대한 납부할 수 있는 연금 가입 연령도 현행 ‘60세 미만’에서 ‘67세’로 상향하는 안도 함께 거론됐다. 이 같은 방안을 활용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2년 정도 더 늧출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연구원의 판단이다.

연구원은 “2050년에 유럽연합(EU)과 주요 12개국 평균 연금 수급 연령이 약 68세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율 인상(최대 16년)과 수급 시점 조정(2년) 효과를 더하면 최대 18년간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단 보험료율 인상이나 수급개시 연령 연장과 같은 방안에는 전문가들 사이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명목 소득대체율 조정이다. 현행 40% 수준인 명목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도 이견이 있다. 소득대체율은 ‘얼마나 받느냐’의 문제인데, 이를 높여야 한다는 쪽에서는 물가상승률 등 최소한의 소득 보장을 위해 연금 수급액 상향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와 재정안정화 측면의 이유를 들어 인상 불가론을 내세운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올해 42.5%다. 2007년 이뤄진 개혁에 따라 오는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는 구조다.

◇연금개혁, 답은 나와 있다…관건은 ‘국민 공감’

국민 실생활과 직접 맞닿은 연금개혁의 성패 여부는 국민 수용성에 달렸다. 최근 정년을 62살에서 64살로 늦추고, 연금 수급 시기도 1년 늦추는 등의 연금개혁을 추진 중인 프랑스에서 반대 시위가 들끓고 있는 것은 이른바 국민 설득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연금개혁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다만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은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우리 정부는 연금개혁 추진에 있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와 투트랙으로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 주도의 개혁 작업이 자칫 행정권의 남용으로 비쳐질 수 있다면, 국회와의 공조를 통한 개혁 작업은 표면적으로도 명분을 갖춘 상태다.

연기금을 운용 중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 등 우리나라만의 사정도 개혁 필요성에 충분한 명분이다. 현행 9%인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이후 25년째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달 15일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율은 OCE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매달 받는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평균 6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개혁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OECD Reviews of Pension System:Korea)’에서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합리적 인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관건을 이를 국민들에게 얼마나 충분히 알리고, 설득하느냐다.

국회입법조사처 원시연 입법조사관은 “연금개혁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 세대와 미래세대 간 책임과 부담을 조율하는 불가피한 조치임에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인기 없는 대표적인 이슈(쟁점)”라며 “정부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다양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국 좌초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진전 없는 소모적인 논쟁의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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