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가게 앞 장난치다 혼자 ‘꽈당’…“어깨 수술 책임져라” 억지

  • 뉴스1
  • 입력 2023년 1월 9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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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친 부분이 A씨의 가게 앞 테라스 부분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동그라미 친 부분이 A씨의 가게 앞 테라스 부분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문 닫은 가게 앞 미끄러운 곳에서 손주와 장난치던 할머니가 넘어져 수술을 받았다. 할머니의 가족은 “가게가 충분히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았다”며 가게와 상가 측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지난 7일 가게 주인 A씨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카페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의 가게는 12월 31일~1월 2일 사흘간 휴무였고, 사고는 지난 1일 오전 12시20분께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할머니는 A씨의 가게가 아닌 옆 가게에 가족 단위로 온 손님이었다. 할머니는 손주와 함께 A씨의 가게 앞 테라스에서 아이스스케이트를 타듯 미끄러지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놀이는 7~8분가량 이어졌고 결국 할머니가 넘어지고 나서야 장난은 끝이 났다.

할머니는 사고로 어깨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아야 했고, 할머니의 가족이 관리소장에게 연락해 상가 측과 A씨의 가게에 책임을 물어왔다.

2일 오전 상가 관리소장에게 이 소식을 들은 A씨는 3일 관리사무실을 방문해 CCTV 화면을 확인했다. 관리소장은 “할머니의 가족이 6일 오후에 삼자대면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A씨는 “할머님이 다치신 건 너무 속상하고 가슴 아프지만 책임 면에서는 상당히 억울하다”고 했다. A씨는 삼자대면 요구를 거부할 시 할머니 측이 책임 회피로 몰아가거나 더 억울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할머니의 가족을 만나기로 했다.

6일 약속시간에 나온 건 할머니의 며느리 B씨였다. B씨는 할머니가 70대라고 설명하며 본인이 보험사를 다니고 있기에 “CCTV 영상을 보면 상황이 파악된다”고 말했다.

A씨, 상가 관리소장과 함께 CCTV를 돌려본 B씨는 막무가내였다. A씨가 “할머님께서 미끄러움을 인지하신 상태에서 부주의하게 장난치시다 넘어지셨다는 걸 아실 거다. 저희 가게는 애초에 휴무였고 옆 가게 손님으로 방문하셨던 분께서 왜 저한테 이걸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자 B씨는 “자기 집 앞 관리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았고 매장 기준으로 1m까지는 치워야 한다. 판례가 많다”고 했다.

빙판에서 손주와 아이스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지는 놀이를 하다가 넘어진 할머니.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빙판에서 손주와 아이스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지는 놀이를 하다가 넘어진 할머니.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이에 관리소장은 “염화칼슘을 뿌렸으며 계절 특성상 미끄러움을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다. 손님께서 분명 다치기 전부터 미끄러움을 인지하고 일부러 미끄러운 곳을 찾아 장난을 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B씨는 “트집 잡고 돈 뜯으려는 의도는 없다”며 “그저 할머니가 든 보험이 없기 때문에 병원비를 전액 지불할 수 없다”고 했다.

A씨와 관리소장이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자 B씨는 계속해서 염화칼슘이 안 뿌려져 있었던 게 문제라며 “그럼 상가와 가게는 사고와 상관이 없냐. 저희 과실이 100%란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B씨는 결국 “무조건 잘못이 없다고 하시면 기분 나쁘게 갈 수밖에 없다”며 “추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떠났다.

A씨는 “할머니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굉장히 씁쓸하다. 참고로 가게 규모가 작고 의무가 아니기에 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를 본 카페 회원들은 “증거 영상이 있는데도 저런 태도를 보이다니 소장님과 사장님을 호구로 보는 거 같다”, “이렇게 몰상식한 경우가 있나. 말도 안 된다”, “장난하다 넘어졌으면서 뻔뻔하다” 등 A씨의 편에서 함께 분개했다.

일부 회원들은 “제 경험상 조심하라는 안내문 같은 게 없으면 책임이 있는 게 맞을 것도 같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매장 손님이 다치면 안내문 같은 게 없을 때 주인 책임이 있긴 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빙판길 사고의 경우 시설물 관리를 맡은 업체 등이 관리 의무에 소홀히 했을 시 배상 책임을 져온 판례들이 있다. 지난 2014년 상점에서 흘러나온 물로 생긴 빙판에 손님이 미끄러져 다쳐 주인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다수 회원들은 할머니와 손자가 미끄러운 곳을 찾아다니며 고의로 장난쳤기 때문에 A씨와 상가의 책임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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