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過而不改’(과이불개/잘못하고도 안고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1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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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11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0.9%(476명)가 ‘과이불개’를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꼽았다. 이는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 처음 등장하는 표현으로, 공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라고 말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는 의미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은 없다”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 정치를 비판했다. 한 교수는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는 “진영 간 이념 갈등이 고조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혀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2위는 ‘욕개미창(欲蓋彌彰·14.7%)’이다. ‘덮고자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으로 잘못을 감추려 할수록 오히려 드러나게 됨을 비유한 고사성어다. 공자의 ‘춘추(春秋)’를 노나라 좌구명이 해석한 책 ‘좌씨전(左氏傳)’에 나온다. 이 역시 이태원 참사 후속조치 등에서 책임을 지지 않고 덮으려고 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3위는 ‘누란지위(累卵之危·13.8%)’로 여러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을 뜻한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사회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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