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노동계 총파업이 줄줄이 이어진다. 물류, 철도, 지하철 등 국가 기간산업 중심의 파업이 예고되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맞물려 파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화물연대는 24일 0시부터 2만5000명의 조합원들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22일 밝혔다. 안전운임제의 일몰 제도를 폐지하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물류 운송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연장,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올해 6월 총파업을 벌였다가 잠정 합의 끝에 철회했는데 5개월여 만에 다시 투쟁에 나선 것이다.
그 다음날인 25일은 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을 벌인다. 돌봄전담사와 급식조리사 등 약 5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급식·돌봄 공백이 우려된다. 이들은 급식실 산업재해 대책 마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30일부터 서울시의 인력 감축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다. 다음달 2일에는 철도노조가 국토교통부의 인력 감축과 철도 통합 등의 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인다.
이번에 예고된 파업들은 대부분 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정부를 상대로 특정 사항을 요구하는 ‘대정부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연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등의 노동 관련 입법과 노동개혁안 발표를 앞두고 민노총이 대정부 세력 과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노총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또 개혁 입법을 쟁취하기 위한 농성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노동 현장에서 죽음이 끊이지 않고 어느 곳 하나 안전하지 않은 세상인데 윤석열 정권과 국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입법,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교통·의료·돌봄 민영화 중단 및 공공성 강화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민노총은 다음달 3일에는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노동계 파업까지 덮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현상으로 산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와중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앞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때 약 2조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 개별 기업 노조의 파업도 잇따를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다음 달 처음으로 공동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3사 노조는 다음 달 6, 7일 순환 파업, 13일 전면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3사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말 공공부문 파업으로 시민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고속철도와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이 파업으로 운행에 차질을 빚으면 출근길 대란 등이 우려된다. 특히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은 30일부터 무기한 예정돼 있어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25일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급식과 돌봄에 공백이 생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는 강모 씨는 “연차휴가를 다 썼는데 갑자기 아이를 어디다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파업과 함께 노동계가 잇따라 대규모 집회에 나서며 이로 인한 불편도 커지고 있다. 22일에도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서울 도심에서 연 집회로 장시간 차량 정체가 발생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노동계를 향해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파업이나 집회를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데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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