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日총리 “무한책임 자세, 한일문제 해결 단초”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6일 17시 07분


코멘트
광주를 찾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일본이 여러 차례 침략 전쟁으로 빚어진 비극에 대해 계속 용서를 빌어야 양국 간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무한 책임론을 역설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6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열린 ‘개교 70주년 기념 용봉포럼’에서 ‘우애에 기반한 동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 관계 악화는 오로지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국 지도자들이 풀어가야 한다. 양국 사이의 가장 큰 정치적 문제는 일제강점기와 2차대전 중 일어난 비극, 전후 처리다”며 “일본이 가져야 하는 자세는 무한 책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을 일으켜 상처를 주고 비참하게 만든 분들에게 그들이 더이상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 용서를 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전쟁으로 인한 피해 보상은 어디까지나 무한 책임이다. 일본은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양국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은 금전적 보상보다는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무한 책임 입장에서 진지한 사죄의 마음으로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돕길 바란다”고 답했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빚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제법 학계 주류는 ‘개인의 손해배상권이 국가 간 협정·조약에 의해 소멸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입장을 고수하지 말고, 국제인권법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파멸의 늪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 가해국가는 끝까지 사죄하고 피해 국가는 용서를 받아줘야 한다”며 “서로 양보해야 할 부분은 양보해 (과거사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북핵 문제를 둘러싼 안보 문제 등 다른 현안도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강연에 앞서 하토야마 전 총리는 나주 학생독립운동기념관 등지를 찾아 거듭 과거사 문제 사죄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헌화·분향했다.

참배에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아내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등이 동행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박기순 열사 묘 앞에서 두 열사의 영혼 결혼식에 대한 사연에 귀를 기울였으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추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박관현 열사 묘와 행방불명자 묘역, 유영봉안소도 차례로 참배했다. 민주의 문 방명록에는 ‘민주화운동을 위해 애쓰신 영웅들에게 감사드리며’라고 적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일본 역사상 최초로 야당인 민주당 집권을 일궈 9개월간 내각을 이끌었다. 일본의 과거사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두 나라간 평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인사다.

정계 은퇴 후 2015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았고, 2018년엔 경남 합천에서 원자폭탄 피폭 피해자를 만나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24일에는 진도군 왜덕산(명량해전 전사 일본수군 무덤) 위령제에 참석해 “죄 지은 사람은 그 죄로 인해 고통 받은 이들에게 계속 사죄해야 된다”며 일본의 과거사 ‘무한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광주=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