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은 확인 못 하는 유통기한…주요 제품 10개 중 6개 점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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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14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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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갈무리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갈무리
“결국 나는 오늘 4개 중에서 먹을 수 있는 라면이 단 1개”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은 지난달 19일 ‘시각장애인이 무슨 컵라면인지 알고 먹는 방법’ 영상을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영상에서 그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팔리고 있는 4종의 컵라면을 두고 점자를 통해 어떤 제품인지 파악하려 했다. 그가 제품명과 맛, 조리방법까지 파악하는 데 성공한 컵라면은 하나뿐이다. 다른 라면의 경우 점자가 없어 정확한 제품명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구독자 39만명을 보유한 그는 지난해 한 식품업체와 함께 제품명, 물 붓는 선 등을 점자로 표시한 컵라면을 출시했지만 여전히 점자가 없는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원샷한솔이 지난해 1월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맥주·음료·우유 등 제품 30개 중 제품명까지 구분에 성공한 것은 단 두 개뿐이다. 그는 “댓글 보니까 ‘아무거나 먹지’ 이런 말도 있더라”며 “소주만 해도 사람의 기호라는 게 있고 선택이라는 게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14개 식품 생산업체의 음료·컵라면·우유 등 321개 제품의 점자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9개 업체의 121개(37.7%) 제품만 점자를 표시했다. 식품의 점자 표시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점자 표시 유형 및 음료류 점자표시현황(한국소비자원 제공)
점자 표시 유형 및 음료류 점자표시현황(한국소비자원 제공)
제품 종류별로는 캔 음료 89개 중 80개(89.9%), 페트병은 102개 중 14개(13.7%)만이 점자를 표시했다. 컵라면은 90개 제품 중 26개(28.9%), 우유는 40개 제품 중 1개만 점자 표시가 있었다.

하지만 점자 표시가 있는 음료 94개 중 14개만이 제품명(예: 칠성사이다)을 표시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이 제품을 고르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컵라면 26개는 모두 제품명을 표시하거나 축약(예: 불닭)해 표기했다.

특히 식품의 유통기한은 조사대상 전 제품에서 표시하고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구매 후 보관 과정에서 변질된 식품을 섭취할 위험이 비장애인보다 높았다.

점자의 가독성도 떨어졌다. 소비자원이 40~70대 시각장애인 소비자 20명을 대상으로 점자 표시 가독성을 조사한 결과 78개 제품 중 대부분(72개·92.3%)이 가독성 평가에서 ‘중’ 미만(3점 척도 기준 2점 미만)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원은 “소비생활에서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주요 식품에 제품명, 유통기한 등 정보가 점자로 표시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원은 조사대상 사업자에게 점자 표시 활성화 및 가독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고 점자 표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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