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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배달앱 지우고, 간식은 탕비실서 해결…2030도 ‘긴축’

입력 2022-06-22 19:08업데이트 2022-06-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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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직장인 A씨(20대·세종시)는 요즘 일주일에 2번은 김밥 등으로 혼자 점심을 때운다. 최근 후배 2명과 점심 때 만두전골을 먹었는데 커피 값까지 내니까 5만 원 넘게 나온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데 식사에 과소비를 할 수는 없다”며 “외식부터 줄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생활 물가가 줄줄이 뛰는 고물가 시대를 맞이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직장인들이 ‘긴축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 부모님 집에 들어가 사는 ‘본가 행(行)’부터 회사 간식을 집중적으로 챙겨먹는 ‘탕비실 파먹기’에 이르기까지 ‘짠테크(짠돌이+재테크)’도 덩달아 인기다.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은 직장인들은 배달앱 지우기에 나섰다. 주 2~3회 배달음식을 시켜먹던 중견기업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최근 배달앱을 지우고 ‘갓성비’ 반찬으로 떠오른 김 18봉을 행사가 4000원대에 구매했다. 반찬은 본가에서 얻어왔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메뉴판에 ‘시가(時價)’로 돼있던 해물전을 시켰다가 5만 원 넘게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란 뒤로 배달앱을 지워버렸다.

회사 후배 밥 사주는 일도 줄었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카페 대신 회사 탕비실에서 커피와 과자 값을 아끼는 이른바 ‘탕비실 파먹기’ 노하우가 인기다. 냉장고 속 재료를 소진할 때까지 장을 보지 않는다는 ‘냉장고 파먹기’가 진화한 버전인 셈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코로나 한창 때도 안 하던 ‘집술’을 최근 시작했다. 식당 메뉴판에서 청하 한 병 가격이 6000원에 달하는 걸 보고 나서 혼술로 방향을 틀었다.

한철만 쓰고 바꿀 물건이나 취미용품을 구하려고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뉴노멀이 됐다. 기타 동호회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 씨는 기타 4대를 모두 중고로 마련했다. 김씨는 “악기나 이펙터(음향기기)는 중고로 원하는 만큼 써보다가 다시 비슷한 가격에 되팔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 출산한 30대 워킹맘 문모 씨도 100만 원짜리 유모차를 35만 원에, 17만 원짜리 아기 침대를 5만 원에 중고로 ‘득템’했다.

독립생활을 정리하고 본가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자취하던 김모 씨(28·여)는 최근 6개월 간의 원룸 생활을 정리하고 본가로 돌아갔다. 마땅한 소득도 없는데 매달 월세(50만 원), 수업료(약 50만 원) 고정 지출에 하루 식비만 몇 만 원씩 나가는 상황이 부담스러워져서다.

직장인들의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데에 이어 향후 상승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는 오르고 경기전망은 어두운데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 투자 손실로 곤경에 처한 사람이 많아졌다”며 “줄일 수 있는 게 뭔지 최대한 찾아서 줄여보자는 이른바 ‘짠테크’는 한동안 이어질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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