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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사회

‘文 검찰 황태자에서 피고인으로’… 자진 사퇴 길도 막힌 이성윤

입력 2022-05-22 10:17업데이트 2022-05-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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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직에서 재판 받으며 한동훈 법무장관과 불편한 동거
뉴스1
문재인 정부의 ‘검찰 황태자’로 일컬어지며 승승장구하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5월 18일 인사로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비슷한 처지의 검찰 간부가 하나 둘 사직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이 전 고검장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무마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어 사실상 사직 길도 막혔기 때문이다. 이 전 고검장은 ‘한동훈 체제’에서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文 정부 최대 수혜자
이 전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 검찰 인사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간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장(검사장급)으로 승진한 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핵심 보직을 연이어 맡았다(그래프 참조). 그가 검찰 황태자로 불리는 이유도 다른 검사들은 평생 한 번도 가기 힘든 핵심 보직을 매년 갈아타듯 맡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고검장이 요직을 꿰찰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대통령과 학연을 꼽기도 한다. 이 전 고검장은 경희대 법대 81학번으로 문재인 대통령(72학번)의 대학 후배다. 이 전 고검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그 밑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함께 일했다.

그런 인연과 신뢰가 바탕이 돼서인지 이 전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내 믿을맨’이었다. 정권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이 전 고검장이 해결사로 나섰다. 조국 사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파문 등에 관여했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지시하자 세 차례나 결재를 거부한 게 대표적이다. 결국 2020년 2월 10일 ‘전국 지검장-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당시 문찬석 광주지검장으로부터 “검찰총장이 지시한 사항을 3번이나 어겼다는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질책을 받았다. 문 지검장은 이후 검찰을 떠나며 다수 언론을 통해 “(이 전 고검장) 그분이 검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이 전 고검장은 이후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전 검사장 관련 사건을 지휘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 갈등이 지속되자 2020년 12월 서울중앙지검 김욱준 1차장검사와 최성필 2차장검사로부터 동반 사퇴를 요청받기도 했다.

검찰 황태자는 지난해 5월 12일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되며 그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2019년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가 불법이라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보고하자, 외압을 행사해 이를 무마하려 한 혐의다. 5월 13일 이 전 고검장 관련 공판에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출국금지를 하려면 수사기관의 기관장이 해야 하는데, 모르는 상황에서 (출국금지 신청이) 이뤄진 것을 양해 내지는 추인해달라는 취지로 (이 전 고검장이)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고검장이 출국금지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이 같은 부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위 기소시 퇴직 금지 적용
이 전 고검장은 당초 윤석열 검찰총장의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기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 4인에도 들지 못했다. 법조계 전반에서 신뢰를 잃기도 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던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기소 직전인 지난해 4월 29일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 수장이 될 수 없다”며 “특정 편향성이 높은 분도 마찬가지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기자들이 “그 대상이 이(성윤) 지검장이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한동훈 체제가 시작되면서 친문재인(친문) 검사로 분류된 인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26기)은 5월 17일 검찰 내부망을 통해 사의를 밝혔다. 이 지검장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의 고교 후배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남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맡았다. 이 전 고검장도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이 전 고검장은 다른 검찰 고위 간부들과 함께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업무 공백 우려를 이유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사표만 받으며 반려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전 고검장은 문 전 대통령이 반려하지 않았더라도 여타 간부들과 달리 애당초 사표가 수리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4에서 공무원이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됐을 경우 퇴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전 고검장이 사직 의사를 재차 밝히면 법무부 산하 감찰위원회가 열릴 수 있다. 감찰위원회가 이 전 고검장의 사안을 비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사표가 수리된다. 경미한 사안으로 사표가 부당하게 수리되지 않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이 전 고검장은 불법 출국금지 무마 관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경미한 비위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런 상황으로 이 전 고검장은 한직에 있으면서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정치 권력과 관계를 가지면 불미스러운 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며 “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통제하면서 문제가 많이 생겼다는데 앞으로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늘리는 식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0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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