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생계급여 신청했지만…방문조사도 없이 탈락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4일 2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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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주택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사망한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집 안에는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라는 독촉장이 쌓여 있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주택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사망한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집 안에는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라는 독촉장이 쌓여 있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1930년대 지어진 낡은 집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최근 노모와 숨진 채 발견된 50대 아들이 지난해 말을 전후해 구청을 두 차례 방문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방문 조사 한 번 없이 서류상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24일 서울 혜화경찰서와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어머니 한모 씨(82)를 모시고 살던 아들 이모 씨(51)는 지난해 12월을 전후해 두 차례 구청을 방문했다. 이 씨는 “일자리가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의 안내에 따라 이 씨는 기초생계급여를 신청했다.

신청 2개월 후인 올 2월 말 모자는 기초생계급여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초생계급여는 소득과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2인 기준 97만8026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모자는 거의 소득이 없었지만 1930년대 지어진 쓰러져가는 한옥을 소유한 게 문제였다. 이들의 소득인정액은 선정 기준의 3배가 넘는 316만 원으로 매겨졌다.

이 과정에서 구청의 방문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우려에 방문 조사를 최소화하면서 (모자의 상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방문 조사를 했더라도 생계급여 선정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들의 심각한 상황을 알았더라면 다른 복지혜택과 연계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 모자는 이달 2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발견되기 약 한 달 전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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