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더 낫겠죠”…활기 찾은 명동, 노점상들도 속속 제자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1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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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2.4.17/뉴스1 © News1
17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2.4.17/뉴스1 © News1
“아직 회복되려면 멀었죠. 그래도 지지난 주보다 지난주가 나아요. 지난주보단 이번 주가 낫고요.”

20일 오후 3시 행인이 많지 않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리어카를 끌고 나타난 한규섭 씨(48)는 ‘요즘 장사 좀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그러니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낫지 않겠어요?”라며 가스불을 켜고 재료를 정리하며 분주히 장사 준비에 들어갔다.

명동에서 노점상으로 8년을 일했던 한 씨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유행하면서 손님이 없어진 탓에 1년 6개월 동안 장사를 쉬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말 다시 명동에 노점을 폈다. 한 씨는 “노점을 쉬는 동안 ‘노가다’(건설 일용직)부터 택배 상하차까지 정말 안 해본 일이 없는데, 원래 하던 일이 아니다 보니 만만치가 않더라”며 “그저 명동으로 돌아와 장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사라졌던 명동 노점상들이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주말인 16일 명동은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고, 노점상 30여 곳이 리어카에 달린 전구를 켜고 손님을 맞았다. 그러나 휴업으로 인해 입은 타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최근 명동에서 기자와 만난 노점상들은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텨 나간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30년 동안 군밤을 팔았다는 주재봉 씨(60)도 최근 2년 가까이 노점을 쉬었다가 최근 다시 가판대를 세웠다. 주 씨는 “쉬는 동안 벌이가 거의 없었던 탓에 300만 원 넘는 빚까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리어카를 매달 25만 원씩 내고 인근 건물 지하주차장에 보관했는데, 보관비가 300만 원 넘게 밀렸다는 것이다. 주 씨는 “30년 가까이 일했는데 이곳이 그립지 않았겠나. 매일 나오고 싶었다”며 “거리두기도 해제된 만큼 자리를 다시 지키면서 빚을 갚고, 상황이 회복되길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노점상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반가워했다. 액세서리를 파는 A 씨(37)는 “2년 전 자주 보던 얼굴들을 다시 마주한 것만 해도 그동안 잘 살아있었다 싶다”고 명동으로 돌아온 소회를 밝혔다.

장사를 쉬는 동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는 A 씨는 “일이 익숙지 않아 자주 유리잔을 깨먹었다”며 “결국 난 장사꾼이다 싶어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우울증을 겪었고, 한동안 술까지 달고 살았다는 그는 “나와서 장사를 다시 하며 손님을 맞고, 그동안 쪘던 ‘술 살’도 빼겠다”며 웃어보였다.

일부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상반기 ‘도로점용료’를 중구청이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노점을 여는 대가로 냈던 도로점용료는 돌려받아야겠다는 것이다. 명동복지회(명동노점상인연합회)는 이 얘기를 꺼내며 “명동거리 노점이 옛 모습을 찾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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