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내려 ‘기어서 하차’…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시위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1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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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1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 등에서 인수위가 발표한 장애인 정책에 반발해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 회원들이 2호선 시청역 전동차에서 시위를 하고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1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 등에서 인수위가 발표한 장애인 정책에 반발해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 회원들이 2호선 시청역 전동차에서 시위를 하고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시민들께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욕을 하셔도 괜찮은데요, 21년째 외치고 있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1일 오전 7시 반경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열차 안.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열차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박 대표를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휠체어에서 내려와 열차 바닥을 기어서 하차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열차 바닥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개정 수용하라”는 내용의 스티커 여러 장을 붙이고 기어가기를 약 20분 동안 반복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하고 있다. 전장연에 따르면 시위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등 3곳에서 동시 진행된다. 2022.04.21. 뉴시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하고 있다. 전장연에 따르면 시위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등 3곳에서 동시 진행된다. 2022.04.21. 뉴시스

이날 전장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의 협의 후 출근길 시위를 잠정 중단한지 22일 만에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27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재개했다. 20일까지 인수위가 장애인권리예산 편성 요구에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과 관련 법안 시행을 요구하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지속해왔다.

박 대표는 “장애인 예산 관련 답을 줄 수 있는 책임 부처는 기획재정부이고,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기재부장관 추경호 후보자가 다음달 2일 청문회에서 답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열차 안에서도 같은 방식의 시위가 진행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서 못 건드리고 3호선, 4호선 위주로 지속해서 시위한다”고 비판하자 지하철 2호선에서까지 시위를 벌인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복궁역에서 진행된 삭발 투쟁식에서 “이 대표가 공식 사과하지 않는다면 2, 5호선에 골고루 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위로 지하철 3호선은 상·하행선이 각각 61분과 72분, 2호선 상·하행선은 각각 45분, 35분간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자 좌석에 앉은 시민들 사이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두고 뭐하는 짓이냐”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지하철 운행이 늦어지자 인근 버스정류장과 택시정거장 등에도 시민들이 몰렸다.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 씨(40)는 “평소 출근시간에도 붐비지 않는 불광역 인근 버스정류장이 사람들로 미어터졌다”며 “지각하지 않으려는 시민들이 종로, 강남으로 가는 버스 손잡이를 붙잡아 매달리는 모습이 마치 좀비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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