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집단사직이 답” “단계별 조직적 대응” 양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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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논란]
檢, 민주 ‘검수완박’ 당론에 반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12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검수완박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이제 우리에게 남은 무기는 집단사직밖에 없다.”(수도권의 한 지방검찰청장)

“총장 등 지휘부가 당장 사퇴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 오후 검찰 내부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검찰 지휘부가 집단사표를 내며 결사항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전국 고검장 및 지검장 회의에서 논의했던 대로 단계별로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 입장 표명 안 한 김오수 총장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7시경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40분경 출근길에 “긴 하루가 될 것 같다”고 한 김오수 검찰총장은 대검 입장이 나온 직후 퇴근하며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 총장은 전날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김 총장이 당장 사표를 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당장 총장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무작정 사퇴가 해법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내일 총장 주재 회의는 잡히지 않았다. 일선 지검별로 대응을 논의해 대검에 전달할 계획이다. 지검장 화상 회의도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수사권이 없어지면 국민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취지의 여론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국민 성명을 내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은 민주당이 끝까지 입법을 강행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처음 주어진 지난해 상반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10건 중 4건 이상(43.5%)이 3개월 넘게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 변경 전에는 송치된 사건을 검찰이 3개월 내에 직접 보완하거나 보완을 지휘하는 게 원칙이었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중대범죄 대응력이 약화된다는 점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십 년간 쌓아온 검찰 특수수사 능력이 공중분해 되게 생겼다”며 “범죄자들만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채택된 민주당 당론이 일단 검찰 수사권부터 폐지하는 식이어서 “대안 없는 졸속 입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에서 빼앗은 수사권을 경찰에 주겠다는 것인지, 별도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대안이 없다”고 했다.
○ 강경론 vs 온건론…엇갈리는 검찰
검찰 내부에선 지휘부가 총사퇴를 해 입법 저지에 결의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이제 더 이상 검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단계별로 총장, 고검장, 검사장 등 위 직급부터 내려오면서 집단사표를 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도부가 당장 사퇴하기보다 국회 본회의 논의, 법안 통과 등 단계별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막판에 법안을 졸속 처리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질 경우 국회의장과 대통령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며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전날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제안한 국회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 구성 등을 요청했지만 박 장관은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었다’며 사실상 협조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검찰#집단사직#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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