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디캠 7년째 도입 지연… 일부는 자비 구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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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범도입… 관련법 마련안돼
“경찰 폭행-공무집행방해 입증 도움”, 경관 35% 자비로 구입해 사용
관련 법안 3건 국회서 장기 계류중… 시민 프라이버시 침해 등 논란
美뉴욕주 보디캠 착용-공개 의무화

경찰 부실 대응으로 비판받은 지난해 11월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출동 경찰이 ‘보디캠’을 착용했음에도 현장 영상이 확보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부 차원에서 보디캠을 정식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디캠은 몸에 착용하는 카메라로, 경찰이 사용할 경우 현장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찰은 2015년 10월 보디캠 100대를 시범 도입했지만 관련법 미비 탓에 정식 도입은 6년 넘게 미뤄지는 상황이다.
○ 경찰, 자비로 보디캠 사 써
현장 경찰관 중에는 20만∼25만 원 수준인 보디캠을 자비로 구입해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한국경찰연구’에 발표된 조사에선 지구대·파출소 근무 경찰 151명 중 35.1%(53명)가 보디캠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취객을 상대할 일이 많은 서울 강남지역 파출소의 A 경위는 “경찰에 대한 폭행,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입증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B 경장은 “보디캠은 과잉 또는 부실 대응 논란이 있을 때 경찰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된다”고 했다.

보디캠 영상은 경찰 폭행 등의 혐의로 8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의 아들 래퍼 장용준(활동명 노엘·22) 재판에서 폭행을 입증하는 증거로도 활용됐다. 경찰 부실 대응 논란이 있었던 2019년 1월 서울 강동구 암사동 흉기난동 사건에선 보디캠 영상 공개 이후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며 여론의 흐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경찰관이 임의로 구입해 사용하는 보디캠의 경우 관리 의무가 없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보디캠 저장 용량이 가득 차 현장 상황이 녹화되지 않았지만 출동 순경이 자비로 사 쓰던 보디캠이어서 관리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 법적 근거 없어 도입 지연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보디캠은 시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폐쇄회로(CC)TV 등 고정형 카메라에 찍힌 영상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만 규정하고 있다. 보디캠 관련 규제는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 동의 없이 촬영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며 “보디캠 영상 수집, 관리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디캠 사용 근거를 마련할 관련법 제정·개정안 3건이 2020∼2021년 국회에 발의됐지만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에 비해 해외에선 보디캠을 적극 운용 중이다. 미국 뉴욕주는 2020년 경찰의 보디캠 착용을 의무화하고 용의자가 사망 또는 중상 시 30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보디캠 관련법을 마련해 경찰이 보디캠 녹화 내용을 임의로 들여다볼 수 없도록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누명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경찰관을 보호할 수 있고, 반대로 과잉 대응을 자제하도록 유도해 시민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경찰#보디캠#부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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