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 중 화장실 사용하다 숨진 근로자…법원 “업무상 재해”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21일 07시 15분


코멘트
2020.12.21/뉴스1
2020.12.21/뉴스1
만성심장질환이 있던 근로자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화장실 사용 중 사망한 사건을 두고 법원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9년 4월 공사현장에 설치된 재래식 이동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발견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고 부검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추정됐다.

A씨는 2018년 1년간 건설일용직으로 근무하다가 3개월을 쉰 뒤 다시 현장에 나왔는데, 사망하기 전 열흘간 연속근무를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현장에서 A씨는 철골자재 인양작업을 보조하거나 자재 정리업무를 맡았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에게 과도한 업무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만성심장질환이 있던 고인은 육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업무를 3개월 쉰 후 10일간 연속으로 했다”며 “사망 전 짧은 기간, 근무시간·강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발살바’(Valsalva) 효과와 비좁은 공간이 영향을 미쳐 심장질환이 급격히 악화돼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발살바 효과란 숨을 참고 갑자기 힘을 줄 때 순간으로 체내압력이 급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가 감소해 심박출량이 줄게 되면 급사에 이를 수 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의는 업무상 과로와 발살바 효과가 고인의 심장질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소견을 내놨다”며 ‘비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어도 관상동맥 파열 등에 악화인자가 될 수 있다’는 감정의 소견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