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처럼 관리” 언급하자마자 각종 지표 악화…관리 사각지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6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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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2.2.5/뉴스1 © News1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2.2.5/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재택치료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6일 0시 기준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 수는 12만8716명. 지난달 30일 6만6972명과 비교해 일주일 사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현재 재택치료자 수는 정부가 발표한 관리 가능 최대치(15만 명)의 87%에 이른다. 방역당국이 재택 환자에 대한 격리·치료 지침을 속속 완화하는 가운데 확진자가 급증하면 환자 관리에 ‘구멍’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재택치료 급증 시 관리 사각지대 우려
방역당국은 지난달 26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재택치료 환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줄였다. 재택치료 관리 지침 완화 이후 재택치료를 받은 10대 학생이 격리 해제 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숨졌다.

6일 광주광역시와 방역당국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의 고교생 A 군(17)은 지난달 2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군은 확진 후 10일 만인 3일 오전 두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해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다 이튿날 숨졌다. 전남대병원은 A 군의 사망 원인을 코로나19로 폐에 혈전이 쌓인 폐색전증으로 추정했다. 이전 지침대로라면 A 군의 상태가 악화된 날은 격리 상태에서 의료진 모니터링을 받아야 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바뀐 지침에 따라 지난달 31일까지만 격리 상태에서 모니터링을 받았다.

현재 방역당국 지침 상 재택치료자가 7일 동안 증상이 없거나 호전된 경우엔 PCR(유전자증폭) 검사 없이 격리해제 대상이 된다. A 군은 확진 초기 발열, 기침, 인후통 증세를 호소했지만 7일차인 지난달 31일 증상이 완화되고 체온과 산소포화도가 정상으로 돌아와 추가 검사 없이 격리 해제됐다. A 군은 백신을 2차까지 맞았고, 체육을 전공할 정도로 건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A 군과 같이 격리 해제 후 갑자기 증상이 악화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방역당국이 3일부터 재택치료자 모니터링 횟수를 기존 하루 2, 3회에서 1, 2회로 줄여 관리 사각지대가 더 늘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제한된 의료 대응 능력을 고위험군에 집중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재택치료자 관리를 다시 강화하긴 어렵다”면서도 “기저질환자 등에 대해선 격리 해제 후에라도 건강 모니터링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완치 후에도 혈전증과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독감과 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확진자에 위중증 환자도 증가세로
정부 안팎에선 오미크론 변이 확산 후 2~3주가 지나면 위중증 환자가 연쇄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11~12월 병상대란 당시 중환자 병상 약 30개가 거의 다 찼던 인천 가천대길병원은 지난주 중환자 숫자가 3명까지 감소했지만 6일 7명으로 늘어났다. 암 환자, 혈액투석, 요양병원 환자 등이 코로나19로 입원했다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 좋은 신호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중환자가 야금야금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며 “입원 후 퇴원했던 환자가 다시 증상이 악화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체 위중증 환자도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1151명) 정점을 찍었던 위중증 환자수는 4일 257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감소세가 꺾여 6일 272명으로 늘어났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 수 10만 명 이상의 ‘정점’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환자 진료 체계가 버티지 못한다면 ‘위드 오미크론’이 불가능하고, 거리 두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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