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준비하는 보호종료청년의 당당한 ‘나로서기’를 돕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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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대책 ‘나로서기’ 사업 추진
긴급생계-의료 최대 300만원 지급… 도배장판 등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심리상담 통해 정서 안정까지 도와… 진로 멘토링-취업 프로그램 실시도

보호종료아동의 진로·자아 탐색을 직접 도울 ‘마이리얼멘토단’ 단원들이 발대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보호종료아동의 진로·자아 탐색을 직접 도울 ‘마이리얼멘토단’ 단원들이 발대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집을 구했는데, 반지하에 창문이 전혀 없어 햇빛이 들지 않더라고요. 집을 구할 때 물어볼 사람도 없고 금융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어서 막막했어요. 자립 비용도 처음엔 크게 느껴졌지만 막상 혼자 살다 보니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어요”》

김지혜(가명) 씨는 보육원 자립 3년 차 청년이다. 시설에서 떠나면서 500여만 원의 보증금을 지원받아 거주지를 구하기는 했지만 낮은 보증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의 주거환경은 열악했다.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방에서 처음 자립을 시작했다.

스무 살, 꿈 펼치기 전에 마주한 막막한 현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꿈을 펼칠 기대보다는 오롯이 세상과 마주하여 스스로 삶을 무게를 지고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이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상 아동양육시설 및 복지시설에서 거주하다가 만 18세가 되면 자립지원금을 받아 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이 그들이다.

보호종료아동은 연고자가 없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자라다가 성인이 되면 보호시설을 떠나야 한다. 정부가 올 8월 아동보호기간을 만 18세에서 최대 24세까지 확대하고 자립수당과 지원대상도 확대했지만 여전히 현실은 열악하다. 매년 약 2500명의 보호종료아동이 자립수당 월 30만 원, 자립정착금 500만 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거주공간을 구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시설을 떠난 보호종료아동의 38%는 고시원, 친구 집 등 일정 주거 공간 없이 살고 100명 중 6명은 부적합 거주지에서 살아간다. 보호종료아동 취업자 중 70%는 상용근로자로 일반 청년(47%)보다 높지만 중등교육이수 수준의 직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 저임금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초의 국제구호개발NGO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유원식)은 보호종료아동의 경제적 안정과 자립, 진로 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나로서기’ 사업을 10월 시작했다. 나로서기는 보호종료를 앞둔 아동을 대상으로 △긴급생계 주거지원 △심리정서 치료지원 △꿈·동기부여 멘토링 △직업 체험 및 인턴십 등 영역별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기아대책의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프로젝트다.

위기의 순간을 딛고 일어나도록 지원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보호종료아동의 긴급생계-주거-심리지원 등 보호종료아동의 다각적인 필요를 채우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보호종료아동의 긴급생계-주거-심리지원 등 보호종료아동의 다각적인 필요를 채우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기아대책은 보호종료아동이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 생계·의료·주거·교육비를 최대 300만 원까지 일시 지급하여 위기상황을 극복하도록 지원한다. 생계에 대한 부담과 사회적 고립에 대한 심리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등 심리 정서적 문제도 일반 청년보다 심각함을 고려해 심리 상담도 실시한다. 심리상담은 전문상담사와 일대일로 진행되며 상담비는 전액 무료로 제공된다.

보호종료아동의 주거지원을 위한 ‘첫 자립공간 수리지원 홈케어 사업’도 추진한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전문가 집단과 함께 진단하고 수리가 필요한 실내 환경 개선, 도배·장판, 공간컨설팅 등을 통해 자립공간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다.

보호종료당사자가 전하는 멘토링… “사회 구성원으로 꿈 펼칠 수 있게”


“자격증 취득이나 인턴십 프로그램을 하려 해도 돈이 필요해요. 진로에 대한 고민과 의욕이 있어도 생활비가 부족하니 제약이 많았어요. 이력서 쓰는 법, 면접 등 취업활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요.”

2020년 통계청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약 40%는 취업을 하고 생계 전선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보호 기간 동안 일자리에 대한 전문 훈련과정이나 정규 학습 교육의 기회가 없어 다양한 직업에 대한 탐색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기아대책은 보호종료를 앞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로와 자아 탐색을 위해 10월 ‘마이리얼멘토단’을 창단하고 보호종료아동의 실제적인 도움을 지원할 방침이다. 11명의 보호종료당사자로 구성된 멘토가 보육원 고등학생 멘티를 도와 자아탐색, 자립상담 및 사회 적응에 필요한 제반 정보를 공유하는 등 ‘선배’이자 ‘상담가’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멘토단은 지난 두 달간 리더십 훈련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성탄절에 보육시설을 찾아가 성탄 선물을 전하는 것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 대표인 김성민 단장과 글로벌 HR컨설팅 기업 ‘리박스’ 정태희 대표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립 훈련을 맡아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경석 복지법인 기아대책 대표는 “매년 보호종료아동 발생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나로서기’ 사업은 세상에 태어난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도록 공평한 사회 출발선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보호종료아동이 사회 구성원으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확장해가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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