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운명의 2주…확산세 못 잡으면 내년 설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7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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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역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영하의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7일 서울역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영하의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 정도 대응으로는 내년 설(2월 1일)에도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할 겁니다.”

수도권에서 2년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고 있는 한 감염내과 전문의가 18일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평가한 말이다. 정부는 이번 거리 두기를 내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적용하기로 했다. 자영업자 희생과 시민 고통을 대가로 얻어낸 귀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대응 태세와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 속도를 볼 때 이 기간 중에 확산세를 잡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거리 두기 강화와 별도로 반드시 취해야 할 ‘3대 과제’를 점검했다.

● 50세 이상 1290만 명 부스터샷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위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50세 이상의 면역력을 3차 접종(부스터샷)을 통해 끌어올리는 것이다. 17일 0시 현재 부스터샷을 맞은 50세 이상은 770만 명. 이 연령대에서 이미 부스터샷 기간(2차 접종 후 3개월)이 도래했는데 아직 접종하지 않았거나, 올해 중에 대상자가 되는 이들을 합치면 약 1290만 명이다. 정부는 이들 전원에게 백신을 맞히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들 중 백신접종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450만 명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부스터샷은 1, 2차 접종보다 효과가 빠르다. 접종 후 약 1주일이면 체내에 충분한 항체가 형성된다. 실제로 부스터샷 접종률이 79.9%로 높은 80세 이상에서 코로나19 확산 억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80세 이상 신규 확진자는 13.4% 증가한 반면, 60대는 70.8%가 늘었다. 60대의 3차 접종률은 42.6%다. 50대는 3차 접종률이 17.6%로 30대(35.9%)나 40대(24.5%)보다도 낮은데, 역시나 최근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부스터샷 접종이 늘어나면서 백신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경기 지역에선 특정 기관에 접종자가 몰려 백신 물량이 소진되는 일이 있었다. 수도권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부스터샷 대상자가 접종하러 왔다가 돌아서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격리 해제 중환자 옮길 병실 확보해야
16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7.1%로 포화 상태다. 정부는 전국 1299개인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더 늘리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증상 발생 후 20일이 지난 코로나19 중환자는 격리 병상에서 내보내기로 했다. 그 기간이면 대체로 전염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염력이 사라진 환자를 내보내면, 빈 병상에 새 환자를 받을 수 있어 병상 가동률을 낮출 수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중환자들이 옮겨갈 일반 중환자실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병원들이 병상과 의료 인력을 코로나19 치료에 투입하면서 일반 중환자 병상도 부족하다. 김남중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 중환자실도 넉넉하지 않다. 정부가 대체 병상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역학조사로 오미크론 확산 막아야”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 검사소. 시민들이 난로 아래에서 검사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 검사소. 시민들이 난로 아래에서 검사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17일 0시 기준 151명. 첫 확진자 발생(1일) 이후 16일 만에 30배로 증가했다. ‘델타 변이’는 4월 22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확진자 수가 151명으로 불어나기까지 66일이 걸렸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 속도가 4배 이상으로 빠른 것이다.

이처럼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확산을 최대한 늦추려면 역학조사를 통한 추적과 격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확진자와 접촉했지만 자가격리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비율은 11월 셋째 주(14~20일) 61.2%에서 이달 둘째 주(5~11일) 72.4%로 높아졌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역학조사 인력을 보강하고 자가격리를 확대하지 않으면 지금 확산세를 막기 어렵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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