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들어온 비트코인 15억원 마음대로 사용…대법 “배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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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6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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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을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옮긴 사람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A씨에게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6월 알 수 없는 경위로 자신의 계정에 199.999비트코인이 이체되자 이중 199.994비트코인(당시 약 14억8000만원 상당)을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옮긴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비트코인은 그리스인 B씨의 가상지갑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원인을 알수 없는 이유로 A씨의 계정으로 이체됐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형법상 배임죄에서 정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원인되는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 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해 송금 또는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된다”며 “비트코인도 이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면서 A씨가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범행에 따른 손해 산정액이 약 15억원에 달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또 피고인은 거래소업체와 피해자의 법률상대리인으로부터 반환요청을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피해자의 비트코인으로 다른 가상화폐 매매행위를 지속해 비난가능성이 높다”면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158비트코인을 반환했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원심의 판단은 옳고, 양형도 부당해보이지 않는다”며 1심의 결론을 유지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가 다시 소부로 배당했다.

대법원은 이날 1, 2심과 달리 A씨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 재판부는 “A씨가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하는 의무를 지는 것은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는다”며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알 수 없는 경위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상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 받은 후 이를 비트코인을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한 경우, 피고인을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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