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삼학도에 특급호텔 건립 계획에 지역내 갈등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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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세계 섬 엑스포’ 추진 목포시
“관광 활성화 위해 특급호텔 필요”
목포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도. 목포의 애환을 간직한 삼학도에 특급호텔 건립이 추진되면서 지역사회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목포시 제공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도. 목포의 애환을 간직한 삼학도에 특급호텔 건립이 추진되면서 지역사회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목포시 제공
유달산, 영산강과 함께 전남 목포의 상징인 삼학도는 애초 목포 앞바다에 떠 있던 3개 섬이었다. 멀리서 보면 크고 작은 학(鶴) 세 마리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 삼학도라고 불렀다. 삼학도는 1960년대 세 섬 외곽에 둑을 쌓고 안쪽 바다를 메워 100m 이상 떨어진 육지와 연결했다. 뭍으로 변한 삼학도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았다. 목포시는 2000년부터 흉물지대로 변한 삼학도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관을 해치던 공장을 이전시키고 중·소 삼학도 사이에 물길을 만들어 바닷물을 다시 끌어들였다. 세 섬을 9개 다리로 연결하고 섬 둘레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등 친수 공원으로 조성해 2011년 시민에게 개방했다.

목포의 애환을 간직한 삼학도에 특급호텔 건립이 추진되면서 지역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목포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삼학도에 특급호텔을 유치하겠다고 하자 시민단체들이 20년이 넘도록 추진된 복원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호텔·컨벤션 건립이 삼학도 사업 완성


목포시는 항만 기능이 다한 삼학도에 국제 규모 행사 유치가 가능한 컨벤션 시설을 포함한 5성급 이상 관광호텔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2028 세계 섬 엑스포’ 유치를 추진 중인 목포시는 특급호텔이 꼭 필요한 기반 시설이라며 호텔 건립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삼학도 전체 면적 57만4000m² 가운데 육지부 11만 m²와 해면부(공유수면) 9만5000m² 등 삼학도 노른자위 부지인 유람선부두 주차장 일대 20만5000m²를 유원지로 바꿀 계획이다. 올 6월 ‘목포 삼학도 평화누리 유원지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를 낸 목포시는 8월 18일 참여 업체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았다. 다음 달 평가위원회를 개최한 뒤 10월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주민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 청취 등 절차를 거쳐 유원지 결정 사항을 전남도에 신청한 뒤 내년에 삼학도 유원지 조성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목포시는 관광객 1500만 시대를 앞두고 머물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표 관광지인 삼학도에 특급호텔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삼학도에 14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복원화를 추진했으나 밤이면 인적이 드물고 관광객이 전혀 찾지 않아 주변마저 침체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텔과 컨벤션 시설을 포함한 유원지 조성 계획은 삼학도 사업의 완성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목포시 관계자는 “기능 전환이 없는 삼학도 복원화 사업은 목포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시민의 세금이 아닌 민간 자본을 유치해 삼학도를 목포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 특혜 편법 시비 호텔 건립 중단해야


목포환경운동연합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삼학도지키기국민청원운동본부는 “그동안 1400억 원의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복원화 사업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특혜 의혹과 편법 시비가 일고 있는 호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20년간 산업화 과정에서 훼손된 삼학도를 살려내기 위해 석탄부두와 해경부두를 옮기고 호남제분과 저유소 등을 어렵게 매입해 국공유지 면적을 98%까지 확보했는데 이제 와서 그 부지에 호텔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삼학도를 민간 사업자에게 팔아 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특히 목포시가 특급호텔 건립을 위해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호텔 사업자를 선정하려면 국토계획법과 공원법에 따라 사전에 도시기본계획과 관리계획, 공원조성계획을 변경한 다음 사업자를 공모해야 하는데 목포시는 호텔 사업자를 먼저 결정하고 그 업체의 계획안으로 도시계획 변경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며 “이는 기본 절차를 무시하고 호텔 사업자 입맛에 맞게 도시계획을 바꿔주는 특혜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 “민간 사업자 모집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앞서 사업시행자 지정의 사전 준비 절차로 국토계획법에 저촉되는 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또 “대형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컨벤션 시설과 체류형 숙박시설이 절대 부족해 이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포시의 명분도 약하다”며 “현재 국제회의가 가능한 700석 이상의 컨벤션 시설과 500실 이상의 대형 호텔이 목포역 인근에 건축 중이고 500실 이상의 또 다른 호텔도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송춘 삼학도지키기국민청원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삼학도 복원화는 시대적 이슈인 기후변화 대응의 모범적인 사례이자, ‘환경적으로 문화적으로 살자’는 도시형 슬로시티의 모델”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 삼학도를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시민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목포 삼학도#특급호텔 건립 계획#지역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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