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동지회, 2000년대 초반부터 北과 접촉 ‘고정간첩’ 의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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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경찰, 추가 포섭자 등 수사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청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8.2/뉴스1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청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8.2/뉴스1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운동 등을 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고문 박모 씨(57·수감 중)를 포함한 조직원 4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과 접촉해온 것으로 9일 밝혀졌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박 씨 등이 그 무렵부터 북측의 ‘고정 간첩’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고, 이들이 북한의 대남공작 부서 문화교류국(옛 225국)의 지령에 따라 누구를 추가로 포섭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 1998년부터 공동 사상학습 및 경제활동

동아일보가 입수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고문 박 씨는 부인 박모 씨(50·수감 중), 윤모 씨(50·여·수감 중) 등과 함께 1998년 충북 지역에서 ‘새아침 노동청년회’를 만들었다. 박 씨는 3년 뒤인 2001년 손모 씨(47·불구속)를 새 조직원으로 받아들였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함께 이적표현물을 공유하는 사상 학습과 실천 활동, 그리고 경제 활동까지 함께 했다고 보고 있다. 박 씨는 전위 지하조직을 결성하라는 북측의 지령을 받고 2017년 8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만들었다. 박 씨는 이 조직의 고문을, 손 씨는 위원장을, 윤 씨는 부위원장을 맡았고, 박 씨의 부인은 연락담당 역할을 했다.

박 씨는 2019년 11월 4일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보낸 보고문에서 “(동지회 조직원들에게) 15년 전 1처 지도부 조직을 꾸리던 첫 시기에 상급 동지가 들려주신 우리 (김정일) 장군님을 회고하는 눈물겨운 말씀을 상기하여 들려주었다”고 적었다. 손 씨가 작성한 지난해 7월 18일자 대북 보고문에도 “10년간 본사와의 사업을 전개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국정원이 확보한 총 84건의 지령과 대북 보고문에서 이들은 북한을 ‘본사’,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회사’나 ‘지사’, ‘1처’라고 표현했다. 대북 보고문대로라면 박 씨는 2004년부터, 손 씨는 2010년부터 북한과 연계해 국내에서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베이징 등을 빈번히 다녀온 출입기록이 있다는 점도 수사당국이 그 무렵부터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했다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다. 고문 박 씨는 2002년 9월 이후 중국으로 총 34차례 출국했고, 연락담당 박 씨도 2003년 7월 이후 중국에 24차례 다녀왔다. 윤 씨는 2002년 6월 이후 12차례, 손 씨는 2005년 7월 이후 10차례 중국을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 北을 ‘조국’, 한국을 ‘적’으로 지칭

이들은 대북 보고문에서 북한을 ‘조국’으로, 대한민국을 ‘적’으로 지칭했다. 연락담당 박 씨는 2018년 4월 9일자 대북 보고문에서 “(베이징에 해외 거점을 두는 사업은) 사업의 안전 문제를 원칙적으로 해결하고 정간(정예간부) 은폐를 위한 합법적 신분 확보를 위한 거점 사업이며 이후 필요시 안정적인 조국 연계사업의 거점이다”라고 썼다. 박 씨는 또 지난해 1월 15일 작성한 대북 보고문에서 “조직 사업의 장소 선정에서는 조직 성원의 신변 안전 조직 보안을 담보하며 적에게 노출되지 않은 점을 우선하여 선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 씨는 북한 공작원과의 접촉이 의심돼 2007년 국정원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당시 윤 씨는 출석을 거부하고 중국으로 도주한 뒤 내사 종결 후인 2010년 7월에 국내로 들어왔다. 윤 씨는 1958년 남파됐다가 체포돼 1989년까지 31년간 복역했던 비전향 장기수 정순택 씨의 수양딸을 자처하며 정 씨의 유해를 북으로 보내는 활동을 했다. 정 씨의 유해는 2005년 북으로 송환됐다. 윤 씨는 2007년 한 매체 기고문을 통해 “한평생 조국통일을 위해 바친 선생님을 가족 없이 고통만 안겨준 남녘땅에 묻히게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충북동지회#고정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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