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붕괴사고, 전형적 ‘人災’…“HDC현산, 부실공사 묵인”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9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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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위, 광주붕괴사고 조사결과 발표
하층부 먼저 철거…하중 못 이겨 발생
불법하도급에 공사비 당초 16%까지 삭감
사조위 "현산, 해체 공사 전체 과정 묵인"
당정협의 거쳐 안전강화방안 발표 예정

지난 6월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는 무리한 철거 방식, 불법 재하도급 등이 낳은 전형적 인재였다. 이 사고로 9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도 8명 나왔다.

통상 건물의 상부부터 철거해야 하는데도 작업은 계획과 달리 진행됐다. 높이 쌓은 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판이 파괴됐고, 토사가 급격히 쏟아져 내리며 건물이 붕괴했다. 불법 하도급으로 공사비가 크게 깎인 것도 안전관리 미비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는 9일 광주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축구조·건축시공·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는 6월11일부터 약 두달 간 현장조사와 재료강도시험, 붕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사고경위와 원인을 조사했다.

높게 쌓은 흙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부를 먼저 철거하고 하부 작업을 해야 하는데, 먼저 하부를 철거한 후 최상층 철거를 위해 흙을 무리하게 쌓아 올린데서 사고가 비롯됐다.

건축물 내부 바닥 절반을 철거한 후 3층 높이로 과도하게 흙을 쌓아 상부 철거를 진행하던 중, 1층 바닥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지하층으로 성토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상부층 토사가 건물 전면 방향으로 이동했고, 이에 따른 충격이 구조물 전도붕괴의 직접원인이 됐다.

이영욱 사조위 위원장(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0m 이상으로 적층된 토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1층 바닥판이 먼저 파괴됐다”며 “파괴의 충격력이 컸고, 동시에 1층 바닥판에 있던 토사가 지하층으로 갑자기 쏟아져 내리면서 상부층에 있던 토사가 한꺼번에 건물의 도로변 방향으로 급격하게 쏠리며 건물의 수평방향 충격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하층 토사 되메우기 부족 등 성토작업에 따르는 안전검토도 미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위원장은 “1층 토사 무게를 지지하기 위한 지하층 보강작업을 수행했는지 확인했더니 건물의 도로변 쪽 지하층은 토사로 되메우기를 수행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사비 16%까지 삭감…“현산, 부실공사 알고도 묵인”

이외에도 ▲해체계획서의 부실 작성·승인 ▲공사현장 안전관리 및 감리업무 미비 ▲불법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저가공사 등이 간접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조사위는 특히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당초의 16%까지 삭감된 것이 공사 중 안전관리 미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봤다. 원도급에서 28만원이던 단위면적(3.3㎡)당 공사비는 하도급에서 10만원으로, 재하도급에서 4만원으로 깎였다. 원도급사는 HDC현대산업개발, 하도급사는 한솔건설이다. 한솔은 백솔건설에 다시 재하도급을 맡겼다.

이 위원장은 “청문 조사 결과 하도급사가 재하도급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원도급사는 전문 건설업체에게 해체공사 업무를 전적으로 일임했고, 하도급사는 원도급사에게 공사작업에 대한 사전보고 후 공사를 수행했는데 이 때 감리자는 요구되는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HDC현산은 불법 하도급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일정 부분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사조위는 판단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이런 해체 공사 공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전체 과정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을 여러 가지 관련 정보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벌칙규정 강화 등 재발방지방안 제시…10일 발표 예정

사조위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해체계획서의 수준 제고 ▲설계자·시공자·감리자·허가권자의 책임 강화 ▲불법 하도급 근절 및 벌칙규정 강화 등의 재발방지방안을 제시했다.

해체계획서는 작성 매뉴얼 등을 통해 계획서의 수준 편차를 최소화하고, 해체계획서를 작성할 때 해당분야 전문가가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해체감리자의 감리일지 등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허가권자의 현장점검 등을 통해 공사현장의 관리·점검이 실효성 있게 이뤄지도록 개선한다. 불법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수준을 강화하고 특히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대상도 확대 적용해 자발적 불법 재하도급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국토부는 사조위에서 규명된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오는 10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고조사 결과발표로 피해 가족과 국민들이 붕괴사고의 원인을 납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과 유족 분들께 애도를 표하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제도를 제·개정하고 현장에 적극 반영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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