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귀농-귀촌의 ‘처음과 끝’, 든든한 멘토가 꼼꼼히 알려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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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지역특구]
강원 홍천 귀농-귀촌 특구
작물 선택부터 정착법까지
현장 탐방하며 체험형 교육

홍천 귀농귀촌교육의 핵심에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가 있다. 사진은 지원센터 전경.
홍천 귀농귀촌교육의 핵심에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가 있다. 사진은 지원센터 전경.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 가운데 105곳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인구소멸 위험지수가 0.5 이하일 때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소멸 위험지수는 통상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것이다. 0.5 이하는 노인 인구가 가임여성 수의 2배 이상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인구 재생산 확률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0.2 이하면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다.

인구소멸 위험지역 105곳의 상당수는 비(非)수도권, 비(非)도심 지역에 있다. 강원도는 특히 도내 기초단체 70%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홍천도 마찬가지다. 홍천 인구는 약 6만9000명. 이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는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두 개의 파도를 맞고 있다. 그러나 홍천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귀농·귀촌 인구 흡수라는 목표를 세웠다. 수려한 풍광과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는 강줄기를 토대로 ‘대한민국 대표 건강놀이터’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떤 정주(定住) 형식을 원하는지 전원생활형, 산림휴양형, 농업경영형으로 나눠 정착 기반을 닦아 놓았다.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촌의 삶을 미리 숙지시켰다. 귀농·귀촌을 결정한 사람에게는 소득을 낼 수 있는 전략 품목이 무엇인지 도움을 주고,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다시 말해 귀농·귀촌의 에이(A)부터 제트(Z)까지 빈틈없이 준비하려고 애썼다.

그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전원도시 홍천 귀농·귀촌 특구’가 2016년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된 것이었다.

귀농·귀촌 특구는 귀농하는 사람을 길러내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귀농귀촌학교다. 홍천에 정착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2박 3일간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듣고 귀농인 사례 발표를 보며, 귀농인이 경작하는 현장을 탐방하고 ‘귀농 멘토’로부터 자신에게 맞는 귀농·귀촌 전략 세우는 법을 배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귀농귀촌학교는 휴교 중이다.

귀농귀촌학교를 통해 정착할 마음이 생긴 예비 귀농인에게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가 결심을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원자 28가구(단독 16가구, 가족 12가구)에게 넓이 31m²의 주택과 텃밭(165m²)을 제공한다. 주택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 15만 원. 가구별 관리비는 각자 부담이다. 도시 지역에서 1년 이상 살고 있는 65세 이하면 지원할 수 있다.

이들은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머물며 센터의 교육연구시설, 공동체실습농장, 공동체시설하우스 등에서 귀농정책, 영농기술, 농촌문화 이해, 홍천 바로 알기 등을 배운다. 농업에 대한 이해와 적응 시간을 갖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는다. 지난해 수료생은 31명인데 이 중 17명이 홍천에 살게 됐다. 올 7월 현재 28가구 35명이 센터에서 교육받고 있다. 귀농을 결정하면 농지 구입과 농업 시설물 설치, 주택 구입이나 신축 등을 군(郡)에서 지원한다.

농가 현장을 탐방하는 예비 귀농인들.
농가 현장을 탐방하는 예비 귀농인들.
귀농·귀촌했다고 해서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이들을 대상으로 농업인대학 신규 농업 과정을 운영한다. 농업에 대한 전문적 심화학습 과정인 셈이다. 연간 100∼120시간 농업 교육뿐 아니라 마케팅까지 배울 수 있다. 귀농인 현장 실습도 지원한다.

농사만 잘 짓는다고 성공적인 귀농·귀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귀농·귀촌 특구에서는 지역의 대학 등과 연계해 평생학습 동아리, 평생학습 예비대학 같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해 학습 공동체 활동, 강좌 등을 제공한다. 마을 단위로 ‘찾아가는 융화교육’을 통해 마을 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잘 어울려 살아가도록 돕는다.

귀촌인들이 귀농·귀촌 특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오직 홍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분지이면서 물이 좋은 홍천에 자리 잡은 이들이 창업한 술도가들이다.

‘예술’이라는 양조장은 ‘만강에 비친달’ ‘동몽’ ‘동짓달 기나긴 밤’ 같은 낭만적 이름의 전통주를 빚어낸다. 서울에서 변호사를 하던 주인장이 귀촌해서 세웠다. 큰 공기업에서 근무하던 젊은 부부가 내려와 차린 ‘두루’는 연매출 5억 원을 자랑한다. ‘사또 나드리’라는 와이너리는 ‘너브내 와인’을 담는다. 홍천군은 슬로푸드문화원과 협약을 맺고 ‘홍천 술 나들이’라는 투어 상품을 내놨다. 이들 귀농·귀촌인들이 차린 술도가에 들러 술과 관련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이 같은 노력은 귀농·귀촌 특구 지정 이후 홍천으로 1만2000여 명이 유입되는 성과를 낳았다. 이는 홍천 인구 20%에 육박한다. 도내 귀농·귀촌 유입 인구로는 군 지역 1위다. 2016년 유입 귀농·귀촌 인구는 2516명이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2500명 안팎이 홍천에 정착했다. 인구감소율도 차츰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귀농·귀촌 특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우수 지역특구로 뽑혀 중기부장관상을 받았다. 홍천에 사람 냄새가 더욱 짙어진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업그레이드 지역특구#귀농#귀촌#강원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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