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피해자가 사망하니 비로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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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2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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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2일 공군의 여성 부사관이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회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공유하며 “그 공감이 피해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비로소 생긴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낙연, 강제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자살에 “기막히고 눈물 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기막히고 눈물이 나신다고? 피해자의 억울하고 절망적인 심정에 공감이 되시느냐”면서 이렇게 물었다.

김 변호사는 “직장 내 성폭력, 성희롱 피해자들이 자살이라는 가슴 아픈 선택을 하는 경우를 들여다보면 성추행, 성희롱 피해사건 자체의 충격보다 사건을 조직에 보고한 이후 동료, 상사, 조직에 의한 2차 가해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자살해야만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 ‘야만’은 이제 끝장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력 성추행 피해를 고소한 후 가해자의 자살로 법적 권익 구제의 길이 봉쇄된 박원순 사건 피해자의 안전은 지켜지고 있느냐”면서 “박원순 사건 피해자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박 전 시장 지지자들에 의해 실명과 소속 근무처가 만방에 공개되었고, ‘살인녀로 고발하자’는 제안에 동참하는 사람이 1000명이 넘었지만, 박원순 지지자들을 향해 ‘그러면 안 된다’, ‘그것은 범죄행위’라는 공적 메시지를 천명하신 적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김 변호사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여성 부사관 사건을 ‘인권의 기본도 찾아볼 수 없는 처참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을 지적하며 “그런 사건이 비단 이 사건뿐이겠느냐. 언제까지 피해자가 죽음으로 자신의 피해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위력 성폭력 피해 신고를 한 이후 2차 가해로 인해 죽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무수한 피해자들이 있다”면서 “살아있는 피해자의 안전을 지켜야 2차 가해의 고통으로 인해 죽음을 생각하는 피해자들의 안전 또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올 3월 2일 충남 서산의 20전투비행단에 근무하던 A 중사는 상관이 주관한 회식 자리에 불려 나간 뒤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 뒷좌석에서 B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그날은 군 내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던 날이었다.

A 중사는 두 달여 뒤인 지난달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중사의 휴대전화에는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사건 다음 날 A 중사의 신고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하지만 B 중사가 근무지를 옮긴 날은 사건 발생 뒤 15일이 지난 3월 17일이 되어서였다. 유족은 가해자 및 상관들의 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군 당국은 뒤늦게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여권도 일제히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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