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러 알래스카 갑니다”…방역당국은 왜 ‘지양’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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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2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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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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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주(州)정부가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해외 관광객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료 접종을 개시한 가운데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과 관광을 결합한 알래스카 여행 상품이 등장했다.

2일 현재 알래스카 현지의 한인 여행사들은 한국인 여행객을 위한 백신관광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들은 주정부의 무료백신 접종 정책 발표 이후 한국에서 문의가 이어졌고 여행 상품 판매를 개시한 이후 실제로 예약을 완료한 고객들도 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주정부의 발표 이후 200여건의 여행 문의가 있었고 이 중 35~40% 정도의 고객들이 실제 여행상품을 예약했다”라며 문의 대비 실제로 예약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계속해 접수가 이뤄지고 있고 첫 고객은 2일 알래스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에서의 백신 접종이 속도가 붙으면서 문의를 했던 고객들이 그냥 한국에서 백신을 맞겠다고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며 “알래스카에 오는 분들은 관광도 하고 백신도 맞을 생각에 겸사겸사 오는 것이라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의 회사에서 판매하는 여행상품을 구매한 관광객은 현지 공항 도착 직후 1차로 백신 접종을 하게 된다. 백신의 종류는 화이자와 모더나 두가지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백신 접종 이후에는 관광 프로그램 참여, 자유여행 등의 일정을 보내다가 귀국 이틀 전 2차 접종을 맞고 돌아오게 된다.

백신별로 1·2차 접종 사이의 간격이 달라 여행 일정에도 조금 차이가 있다. 화이자 백신을 맞을 경우 총 23일, 모더나 백신을 맞을 경우 총 30일이 소요된다. A씨는 화이자 백신이 접종을 더 빠르게 마칠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 대부분이 화이자 백신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한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백신을 맞기 위해 알래스카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올해초만 해도 관광이 침체됐는데 요즘에는 호텔을 잡기도 힘든 상황이다”라며 “최근까지 해안으로 크루즈가 못 들어와서 내륙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면도 있지만 외국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역시 앵커리지에서 여행사를 운영중인 김경록씨(60)도 최근 백신 접종과 알래스카 관광을 접목한 여행 상품을 내놨다. 그 또한 “처음 문의를 했던 인원 대비 실제 예약을 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면서도 6월 중순쯤 해당 상품의 첫 관광객이 알래스카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 한달가량 현지에서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백신관광 비용은 1인당 700만~900만원 선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백신관광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백신을 ‘골라서 맞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씨는 “공항에 도착하면 사전에 예약을 받은 백신으로 접종을 받고 격리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라며 “모더나, 화이자, 얀센 3가지 백신 중 고객이 원하는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여행 상품이 만들어진 것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많은 주들이 백신을 접종할 때 거주 요건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출장 및 여행을 갔다가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실제 온라인 등에서는 미국에 방문했다가 백신을 접종 받았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한편, 정부와 방역당국은 해외에서 백신을 맞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는 해외에서 백신을 맞고 귀국할 경우 국내에서는 백신 접종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귀국 후에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등 백신 접종자들이 받는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또 부작용이 발생해도 정부의 치료 지원을 받기 어렵다. 국내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 치료비 지급 등 정부 지원이 있지만 미국에서 발병하면 전액 자비로 부담을 해야 한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병원비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에서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지속해서 줄고 있지만 여전히 일주일 평균 2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미국으로 모여들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 감염도 우려가 된다. 또 여행 중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밀접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백신관광을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국내 대형 여행사들에도 ‘백신관광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으나 여행사들은 부작용 발생이나 코로나 감염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백신관광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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