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벼농사 ‘친경례’…풍년을 기원하며[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4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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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24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청의정 앞 논에서 손 모내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매년 이맘때 하는 행사인데요, 조선 왕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직접 농사를 지었던 ‘친경례(親耕禮)’를 재현하는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는 비공개 행사로 진행했습니다.



이날 심은 벼는 ‘해들’입니다. 지자체·소비자와 함께 개발한 조생종 최고 품질 벼라고 농촌진흥청은 설명합니다. 2018년부터 경기도 이천 등지에서 외래 품종(일본 추청벼·아끼바리)을 대체해 재배되고 있다네요.



논물에 무당개구리 올챙이가 무심하게 헤엄을 치고 있습니다. 북악산 동쪽 줄기에서 내려오는 물입니다. 지난주 세차게 내린 봄비로 물이 가득 찼습니다.



행사가 열린 곳은 옥류천(玉流川) 주변인데요, 숲이 울창한 창덕궁 후원의 가장 북쪽에 있는 곳입니다. 이 부근은 인조14년(1636년)에 조성이 됐는데 청의정 태극정 취한정 등 정자와 소요암이 있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정자가 청의(淸¤·맑은 잔물결)정입니다. 지붕이 기와가 아니라 볏짚인데요, 임금이 추수와 더불어 손수 벼를 벤 뒤 지붕을 엮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소요암과 소요정. ‘소요(逍遙)’가 뒷짐 지고 슬슬 걸어 다니는 모습을 뜻하니 한가한 날에 산책을 하고 술 한잔 기울이는 곳이었을 겁니다. 소요암 앞엔 사진처럼 바위를 깎아 둥글게 물길을 만들어 놨는데, 임금과 신하들이 모여 술잔을 보내며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추정합니다. 인조는 봄에 이곳을 조성하며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했겠지만 그 해 겨울 병자호란이 터져 남한산성으로 피란을 떠나야했으니….


취한(翠寒)정

비취색 숲이 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소요정 옆 주목. 살아 1천년, 죽어 1천년 간다는 말처럼 나무 줄기가 거의 비어있었는데도 아직 싱싱한 잎을 뽐내고 있네요.



떡메치기 모습도 재현이 됐는데, 참가자인 남성분의 동작이 마뜩찮았는지 떡을 준비한 여성분이 시범(?)을 보여주시고 있습니다.

글·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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