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습관-마음가짐 잡아준 구몬선생님은 인생의 스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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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기획 학습지 사제 대담 / 20여년 인연 윤윤경-임의진 씨 /

학습지로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온 임의진 교수(왼쪽)가 20여 년 사제 인연을 이어온 윤윤경 씨와 스승의 날인 15일 만났다. 임 씨는 “엄마 대신 선생님이 예복습을 다 봐주셨어요. 선생님은 그때 제겐 친구이자 상담 멘토이기도 했어요”라고 밝혔다. 교원구몬 제공
학습지로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온 임의진 교수(왼쪽)가 20여 년 사제 인연을 이어온 윤윤경 씨와 스승의 날인 15일 만났다. 임 씨는 “엄마 대신 선생님이 예복습을 다 봐주셨어요. 선생님은 그때 제겐 친구이자 상담 멘토이기도 했어요”라고 밝혔다. 교원구몬 제공
임의진 교수
임의진 교수
학습지는 자녀 공부의 ‘최후의 보루’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어렵고 가계가 위태로워져 교육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엄마들이라도 마지막까지 학습지를 끊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매주 큰 가방에 새로 건네줄 학습지를 담아 집에 오던 학습지 선생님에 대한 추억은 끊이지 않는다. 학습지 선생님은 초등학생이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부하기 싫다며 어딘가 숨긴 교재를 찾아내고, 집에 아무도 없는 척해도 문을 두드리며 아이가 진도를 차근차근 나갈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줬다.

이 같은 인연을 어른이 돼서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초중학교 시절 구몬으로 공부해 현재 교육학 교수가 된 임의진 씨(34·진주교대 교수)와 윤윤경 구몬선생님(55·거여지국)이다. 20년 넘게 사제(師弟)의 연을 맺고 있는 두 사람을 스승의 날인 15일 각각 만났다.

● “공부 습관부터 응용력까지 잡아줘”

임 교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구몬학습’ 말고는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한다. 임 교수가 이 학습지로 공부하게 된 배경에는 “하도 공부를 안 하니까 이거라도 시켜야겠다”는 임 교수 엄마의 결정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학습지는 단계마다 어린 임 교수를 자극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수학 인수분해 단계에서 몇 차례고 넘어서지 못하게 되자 그는 오기가 생겨 더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수학은 어려웠지만 반복학습을 하면서 한 단계를 확실하게 마스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던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세분화된 단계에서 벽에 부딪힐 때마다 다시 그 단계의 처음으로 돌아가 학습을 반복하다 보니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단계별 반복학습을 하면서 임 교수의 성격은 더욱 여유로워졌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학습이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내 것이 되더라고요. 이 습관이 몸에 익은 다음에는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학습 단계나 속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됐어요. 무엇이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진리를 그때 깨친 거죠. 하하.”

교재도 좋았지만 윤윤경 선생님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초등학생 때 엄마가 일터에 나간 뒤 혼자 있던 임 교수는 학습지 과제를 밀리기 일쑤였다. 어느 날 낮, 윤 선생님이 집 문을 두드렸지만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시겠거니 했던 윤 선생님은 그날 저녁 떡볶이를 사들고 다시 오셨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웃는 윤 선생님의 모습에 임 교수는 ‘아, 이러면 안 되겠구나’ 깨달았다.

“엄마의 관심이 필요한 초등학생 때 매일 일하러 나가신 엄마 대신 선생님이 집에서 예습, 복습을 다 봐주셨어요.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가 찾아왔을 때 선생님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상담 멘토셨죠.”

책 읽기를 재미있어 했던 임 교수는 국어를 좋아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한자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완전국어와 한자’ 조합은 독해력과 어휘력 향상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 윤 선생님은 임 교수가 한자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하자 코치를 자처했다. 자격증 획득은 학습지 선생님의 역할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더 열정적이었다. 임 교수는 “내가 뭐든 하려고 하면, 배우려고 하면 선생님이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임 교수와 윤 선생님의 인연은 임 교수의 해외 유학 시절에도,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엄마로서 육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서로 나눈다.

“바빠도 1년에 두어 번은 봬요. 선생님을 빼놓고는 제 유년 시절도, 현재도 말하기 어렵지요. 인생의 선생님이시기도 하죠. 최근 스마트 학습, 비대면 학습 방법이 많이 나오고 저도 실제로 그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발달된 기술을 통해 학습효과도 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습지 선생님의 영역은 따로 있다고 믿어요. 좋은 선생님은 특별하니까요.”

● “성향을 파악하고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가죠”

윤윤경 선생님은 아이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아이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인공지능(AI)이 아이의 학습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해준다는 세상이지만 아이의 성격을 알려면 가까이에서 부딪히며 겪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윤 선생님에 따르면 임 교수는 조용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열정적이었고 자기주장과 강단이 있었다. 방의 3면이 책으로 쌓여 있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성적이 특출하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좋다. 의지를 높여 열심히 하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친구처럼 얘기를 많이 들어줬어요. 오늘은 어떤 기분인지, 고민이 무언지 등을 서로 나누면 이 친구는 어떤 성격인지 알 수 있었지요. 책을 많이 읽어서 이해력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성적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어요. ‘너는 잘할 수 있다’고 동기를 부여해줬어요. ‘오늘 학습지 한 장을 더 해내면 분명히 너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야’라고 자주 얘기했는데 정말 도움이 된 거 같아 뿌듯하네요.”

학습지 선생님은 1 대 1로 학생과 마주한다. 다수의 아이들을 상대하는 학교 교사와는 당연히 달라야 한다. 학습은 물론이고 장래에 대한 고민까지 나누면서 학생을 믿어주는 존재가 되어야만 확실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윤 선생님의 신념이다.

여기에 학생이 교재를 믿는다면 시너지는 배가된다. 임 교수는 구몬 교재를 참 좋아했고 이 학습지를 꾸준히만 하면 실력이 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 옆에서 학습 습관을 길러주고 마음가짐을 잡아주며, 막힌 문제에 답을 명쾌하게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윤 선생님의 몫이었다.

“스몰스텝(단순하지만 꾸준하게 반복하는 것) 교재는 차근차근 아이를 성장시킵니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공부하면 지구력과 끈기가 생겨요. 학창시절을 지나 사회에 나가도 그 꾸준함을 바탕으로 삶의 태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모든 제자를 응원합니다.”

젊은 스승과 어린 제자로 만나 20년 넘게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선한 미소가 닮아 보인다. 교육자의 길을 계속 걸어갈 두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특별한 인연’이 되어줄 것이다.
#에듀플러스#교원#구몬#스승의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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