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또 반전’ 구미 여야 부실 수사…미궁 빠진채 끝나나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31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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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모씨. /뉴스1 © News1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모씨. /뉴스1 © News1
경북 구미 한 빈집에서 6개월 동안 방치됐다 숨진 3세 여아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전국적 관심이 쏠린 사건에서 의혹과 궁금증만 증폭시킨 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를 확인하기 위해 벌인 대검찰청 유전자(DNA) 검사 결과, 기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대로 애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모씨(49)가 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남은 사건의 핵심은 석씨의 딸인 김모씨(22)가 낳은 아이의 행방이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추측되는 신생아 바꿔치기와 공범 개입 여부, 사건을 벌인 동기 등이지만 속시원히 규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이번 사건은 시작부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당초 석씨는 숨진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는데, 지난달 10일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여가 지난 후 유전자 검사에서 석씨가 친모로 밝혀진 것이다.

초동 수사가 엇나가다보니 경찰의 이후 스텝은 꼬일 수밖에 없었다. 사체유기 미수 혐의 사건이 신생아 바꿔치기를 비롯해 영아 유기까지 확장되다보니 경찰의 수사는 무리한 방향으로 흘렀다.

경찰은 김씨가 낳은 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구미 뿐 아니라 대구와 김천, 칠곡 등 산부인과 17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곧바로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산부인과 자료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료로 성병과 미성년자 임신과 출산 등 밝히기를 꺼려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탓이다.

경찰은 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부득이한 수사라는 뉘앙스를 냈지만 여성단체는 인권 침해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경찰은 숨진 아이의 친부를 찾기 위해 석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남성의 DNA를 채취하는 수사를 벌였는데 무려 100여명이 대상이었다.

DNA 채취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은 정황도 없이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은 물론, 자신을 해명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던 것이다. 아울러 산부인과 압수수색과 DNA 채취 수사는 별다른 소득도 얻지 못했다.

경찰의 비공개 수사를 놓고도 비판이 쏟아진다. 사건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이다보니 애초에 불필요한 억측을 막기 위해 비공개 수사를 원칙으로 삼은 것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든 만큼 수사 중간이라도 공개수사로 전환해 적극적인 제보를 받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과 피의자 가족간의 주장이 첨예하고 맞서고 있는 대목에서 경찰의 주장이 마냥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도 부실수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당장 경찰은 석씨가 지난 2018년 1월에 태어난 자신의 아이와 3월에 태어난 딸의 아이를 바꿨다고 보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그 시기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고 지적한다.

또 경찰은 석씨가 회사 컴퓨터를 이용해 ‘셀프 출산’을 검색하는 등 범행의 정황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가족들은 회사에 개인 PC가 없고 휴대전화도 지난해 교체했다며 경찰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피의자의 자백에만 의존해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석씨가 입을 다물자 사건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경찰 스스로 부실수사 논란을 자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수차례의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가 석씨의 아이인 것은 확실해졌다. 아이를 출산한 적 없다는 석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경찰의 수사가 미흡하긴 했지만 석씨와 그의 딸 김씨는 각각 사체유기 미수와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다.

사라진 아이를 찾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자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사라진 아이를 끝내 찾지 못할 경우 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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