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가지치기로 나무 훼손” vs “태풍-장마에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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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가지치기 논란

“왜 저렇게 가로수를 흉물스럽게 자르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가요.”

9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경복궁역 주변 가로수에는 최근 가지치기를 한 흔적이 선명했다. 주로 플라타너스 나무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게 뻗었던 가지들이 눈에 띄게 짧아진 모습이었다.

해마다 이맘때쯤 이뤄지는 가지치기 작업에 대해 올해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봄을 앞두고 곳곳에서 진행되는 가지치기 작업에 불만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많다. 회사원 김인규 씨(36)는 “매번 가로수 가지를 베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나무 훼손도 그렇고 미관상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통 가지치기 작업은 나무가 본격적으로 생육을 하기 전인 1, 2월에 주로 한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이유로 안전 문제를 꼽았다. 김병완 서울시 조경관리팀장은 “매년 태풍과 장마를 겪는 우리나라 특성상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바람을 맞는 면적이 넓어져 시민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간판을 가리거나 전선을 건드릴 위험이 있다는 것도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다. 특히 플라타너스 나무 등은 생육이 너무 빨라 가지치기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만 서울시는 획일적인 가지치기는 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과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나무가 훼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강한 가지치기가 불가피하지만 나무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나무 상태를 봐가며 선별적으로 가지치기를 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나무의 생육이나 안전 등을 고려하면 가지치기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민경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죽은 가지나 부러질 위험이 있는 가지들이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며 “나무의 생육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지 치는 방식 등을 개선해 경관 훼손을 줄일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정규종 생태연구소 소장은 “지자체별로 방식이 다 제각각이라 나무 훼손은 물론 경관도 해치고 있다”며 “나무의 특성을 고려해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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