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 통행료, 고속도로의 11배… 이해 안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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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파주-김포 주민들 집단반발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27개나 되는데, 왜 일산대교만 통행료를 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시장은 올 1월 일산대교의 지나친 통행료 징수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인근 지역인 김포·파주 지역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일산대교 통행료 조정에 대해 합리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면서 경기도는 운영사인 일산대교㈜와 통행료 재조정을 위해 전담조직까지 만드는 등 협상 준비에 분주하다. 하지만 일산대교㈜ 측은 “현재로선 사업시행 조건을 조정하는 방안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 다만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내면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 km당 652원, 통행료 최대 11배 비싸

일산대교는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 이산포 분기점과 김포시 걸포동을 잇는 길이 1.84km, 폭 28.5m의 6차로 교량으로 한강 교량 중 가장 서쪽에 있다. 경기도가 299억 원을 내고 민간기업이 1485억 원을 투입해 2008년 5월 개통됐다. 경기도에서 시공한 교량 건설로는 최초로 민자사업으로 진행됐다. 경기도가 최소운영수입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30년간 운영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2009년 일산대교㈜ 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변경됐다.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통행료를 올렸으며 현재 소형(1종) 기준으로 통행료는 1200원이다. 일산대교를 건너는 데 km당 652원이 드는 셈이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의 109원보다 5배 많고, 천안∼논산 간 민자 고속도로의 59.7원보다는 무려 11배 이상 비싸다.

지금은 인근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산대교는 하루 평균 7만2979대가 오간다. 개통 당시 2만7000대였던 것에 비하면 2.7배 이상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통행료 수익이 늘어났고 국민연금공단은 투자비용과 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까지 꼬박꼬박 챙겼다. 이자수익으로만 165억 원을 챙겼다.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통행료를 내고 이용하지만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다.

○ 서명운동·1인 시위로 번져

지역 시민단체 등은 십여 년 동안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요구했지만 지지부진했다. 결국 주민과 자치단체가 직접 나섰다. 김천만 범시민추진위원장은 “국민연금이 높은 통행료를 징수하며 시민들에게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 것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9일부터 고양시청 홈페이지에서 범시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과 최종환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도 최근 공동성명을 냈다. 지역 도의원 20명은 릴레이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경기도는 일산대교 통행료 재조정을 위해 일산대교 인수 방안 등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일산대교㈜ 측에 자금 재조달 협상 개시를 정식 요청했고 최근에는 회계·금융·법률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TF(전담조직)를 만들었다. TF 단장인 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요금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 복합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일산대교#통행료#집단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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