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성희롱 분석했더니…피해자 90% “신고후 불이익”

  • 뉴시스
  • 입력 2021년 1월 30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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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4개월 간 제보 분석 결과
직장 내 위계에 의한 경우 10건 중 9건
성희롱 가해자는 대부분 괴롭힘 가해자

2018년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국내 미투 운동이 3년이나 지났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여전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 대부분이었고, 가해자 대부분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최근 4개월 간의 성희롱 관련 제보 364건에 대한 분석 결과를 30일 내놨다. 364건은 자세한 피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제보를 골라낸 것이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364건 중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직장 내 우위에 있는 경우는 324건(89%)으로 10건 중 9건에 해당했다. 가해자가 사업주나 대표이사와 같은 사용자인 경우는 107건(29.4%)이었다.

또 수직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는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이기도 했다. 성희롱 외에 다른 괴롭힘도 동반한다는 제보는 무려 250건(68.7%)으로, 10명 중 7명이 성희롱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피해자는 여성이 83.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만 남성의 비율도 12.9%로 낮지는 않았다고 직장갑질119는 분석했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직장인 여성 A씨는 “저는 술을 못하지만, 술을 안 마시면 상사가 소리를 질렀고,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하거나 자취방까지 스토킹을 하는 일도 추가로 일어났다”고 제보했다. 또 다른 직장인 여성 B씨는 “업무 중에 갑자기 와서 머리를 쓰다듬거나 얼굴을 감싸는 등의 원하지 않는 접촉을 했다”면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변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확실한 조치와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성희롱을 당해도 신고 비율은 낮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직장갑질119는 “성희롱 문제는 직장 내 위계관계의 우월한 지위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에 단호하게 조치하지 않으면 다수 직원들에게 반복된 피해를 주게 된다”면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엄격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를 철저하게 보호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제보사례를 분석해보니, 성희롱을 당했지만 신고했다는 비율은 37.4%(136건)이었고, 신고하지 않은 비율은 62.6%(228건)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희롱 신고 사례 136건을 분석한 결과, 신고 후 불이익을 받은 비율이 123건(90.4%)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고민 끝에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오히려 보복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해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사업주는 거의 없었고(조치의무위반 51건·41.5%), 오히려 피해자에게 징계 조치나 해고를 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는 72건(58.5%)에 달했다고 직장갑질119는 분석했다.

한 직장인은 “성희롱 신고부터 징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사 및 징계권한자들과 면담을 해 본 적이 없다. 가해자만이 그들과 계속 소통했다”면서 “사건을 처리하는 동안 성희롱 및 직장 내 따돌림을 조성했던 사람과 같이 근무해야 했다”고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갑질119는 “현행법에는 피해 구제에 관한 규정도 없다”면서 “대부분의 성희롱이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며,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성희롱 피해자가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는 독립된 기구를 통하여 조사와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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