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손등 10초 문지른 것은 추행” 1·2심 무죄 뒤집은 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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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3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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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여직원의 손등을 10초간 문지른 행위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해군 소령 A 씨(35)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2월 사무실에서 자신에게 업무 보고를 하러 온 여성 부하직원 B 씨의 왼손을 잡은 뒤 양 엄지손가락으로 손등 부분을 10초 가량 문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과 2심은 A 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손을 만졌다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B 씨의 손등에 있던 그림을 지우라며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일 뿐, 고의로 추행을 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강제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시간이 10초가량 지속됐다”면서 “단지 그림을 지우라는 의미에서 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고, 성적인 동기가 내포돼 있는 행동으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는 원심에서 ‘이 사건 이전에 A 씨의 성희롱적 언동 등이 많아 힘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이 사건 당시 사무실에 둘만 있었던 점, 성적인 의도 이외에 피해자의 손을 만지는 행위를 할 별다른 동기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A 씨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일 뿐만 아니라,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봤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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