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봐주기 수사 논란…野 “재수사” 與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0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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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부 차관. 동아일보 DB
이용구 법무부 차관. 동아일보 DB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음주 폭행 사건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차 중일 때 택시 기사를 폭행하면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특별법 대신 피해자 합의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일반법을 적용한 경찰은 “사건 처리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현 정부의 ‘도로 위 폭행 엄단’ 기조와 상반된 봐주기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파출소→특가법, 경찰서→형법’ 적용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 자택 부근에 도착한 택시 안에서 잠든 자신을 깨우던 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초파출소 직원들은 피해자인 택시기사로부터 “술에 취한 승객을 깨우다가 멱살을 잡혔다”는 진술을 듣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행 중인 운전자 폭행’ 혐의로 경찰서에 보고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서초경찰서는 형법상 단순폭행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해자를 조사했다. 택시기사는 며칠 뒤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단순 폭행 혐의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 불벌죄’라는 이유로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경찰의 처분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교통사건을 담당해온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폭행당한 택시 기사가 시동을 끄지 않았다면 특가법 유죄가 확실하고, 시동을 껐더라도 승객을 하차시키고 계속 영업을 할 의사가 있었다면 ‘운행 중’으로 봐서 특가법이 적용된다”고 했다. 올해 수십 건의 운전자 폭행 사건을 처리한 한 검사는 “정차 중인 택시 내부 폭행은 특가법에 따라 가중처벌돼야 한다. 단순 폭행죄도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어갔다면 입건 뒤 처벌불원에 따른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어야 맞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19일 대검찰청에 이 차관을 고발했다.

● “특가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은 차량의 위험한 작동으로 보행자 등에 대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국회는 특가법의 법 조항 중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가 실제 주행 중일 때로 좁게 해석돼 기사 폭행사범 중 0.69%만 구속되는 상황이라며 2015년 6월 ‘승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도로 위 폭력행위에 대해 검찰에 철저 수사와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2월 아파트 앞에서 하차를 위해 정차 중인 택시기사의 멱살을 흔들어 전치 2주 상해를 입힌 50대 승객에게 징역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이 아니었다”는 승객 측 주장에 대해 법원은 “또 다시 택시 운행에 나갈 계획이었던 이상 피해자가 운행을 종료할 의사였다고 볼 수 없다”며 ‘주행 중인 상황’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은 ‘공중의 교통안전 등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상태는 운행 중으로 볼 수 없다’는 2008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해 기사에게 계속적 주행의사가 없다고 봤다”고 반박했다.

● 야당 “재수사 필요”…여당과 이 차관, 침묵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시민단체가 이 차관을 고발했다고 한다. 공수처의 1호 사건이 될지도 모르는데, 혹시 사건을 끌어와서 맡으려면 특가법을 참고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같은 당 박민식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초경찰서장, 경찰청장, 대통령민정수석실 등은 이 사건에 관한 보고를 전혀 받은 적이 없는지, 언제 보고 받았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이용구를 살렸나”라고 적었다. 여당은 논평을 내지 않았고, 법무부는 “이 차관은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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