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살 밖 수건 흔들며 “살려달라”…동부구치소 200여명 확진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0일 2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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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16명(20일 오후 5시 기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들 확진자 가운데 186명(86.1%)이 구치소 수감자다. 16명은 구치소 직원, 나머지 14명은 직원의 가족과 지인이다. 이 구치소 독거실에 수감되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서울시 등 방역당국은 구치소 직원 또는 신입 수감자를 통해 내부 전파가 이뤄진 뒤 기존 수감자들 간에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치소 관련 첫 확진자는 직원 A 씨로 지난달 28일 양성판정을 받았다. A 씨는 함께 거주하는 고교생 자녀로부터 감염된 뒤 동료 직원들에게 전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 당국은 직원들이 당직 근무 등을 함께 하며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발열 체크, 직원 식당 칸막이 설치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지켜졌지만 당직자 2,3명이 숙직실을 함께 사용했다. 근무자들의 공용공간인 체력 단련실과 샤워실 등에서도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직원들이 수감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가 구치소 내 전반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치소에 있는 미결 수용자들은 형사소송에 대해 잘 몰라 직원들에게 재판 관련 문의를 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새로 입소한 수용자가 무증상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방역당국이 18일 수감자 2400여 명을 포함해 직원, 가족 등 3557명에 대해 전수검사를 한 결과 신규 수감자들이 머무는 신입 수용동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신규 수감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주간 독거실에 격리된다. 2주간 별다른 의심 증상이 없으면 진단검사 없이 기존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무증상 감염 상태로 신규 입소한 경우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전파시킬 수 있는 환경이다. 방역당국은 확진판정을 받은 수용자들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경증 환자여서 구치소 내 조용한 전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감자들은 보통 하루 30분~1시간씩 운동을 하는데 이 때 수감자들이 같은 공간에 머물게 된다. 여러 수감자와 한방을 쓰는 혼거실 수감자들은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식사 등 일상생활을 같은 방 수감자과 함께 한다.

구치소 측은 “직원들의 경우 근무 중 마스크를 쓰도록 했고 수감자는 운동시간이나 이동을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며 “다만 혼거실 수용자들이 방에서 생활할 때는 따로 통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마스크 착용과 환기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치소 내 집단 감염이 심각해지자 이날 동부구치소 건물 외벽에서는 한 수감자가 철창살 문 밖으로 수건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법무부는 구치소 내 확진자와 접촉자를 별도의 수용동에 격리 조치했다. 신규 수감자에 대해선 2주 격리기간 동안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접견과 교화행사, 타 구치소 이송 등은 전면 중지됐다.

서울북부지법과 서울동부지법은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이 법정에 출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상에 걸렸다.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14~16일 확진자 일부가 출석했다. 8~18일 동부구치소 수감자 다수가 출석했던 서울동부지법은 법관과 직원들에게 진단검사 및 기일변경을 권고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09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의 신규 확진자 역시 473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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