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입원 기다리다… 서울 60대 확진자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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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고혈압 있었지만 “목만 간지럽다” 확진때 무증상
3일뒤 상태 급속히 악화… 병상 부족으로 자택서 사망
서울 중증전담병상 1개 남아

서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뒤 나흘째 입원을 기다리던 60대 환자가 숨을 거뒀다. 16일 현재 서울에서 입원 가능한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개밖에 남지 않았으며, 이날 일일 확진자 수는 역대 최다인 400명을 넘어섰다.

○ 무증상 분류됐는데 자택에서 숨져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17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기저질환이 있던 서울시 거주자가 1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15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숨진 60대 A 씨는 종로구 ‘파고다타운’ 관련 확진자다. 그는 4일 진행한 첫 검체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부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1일 다시 받은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8월 21일부터 ‘수도권 공동병상 활용계획’에 따라 확진자가 발생하면 국립중앙의료원의 ‘수도권 코로나19 현장대응반’이 환자를 분류하고 병상을 배정한다. 그런데 A 씨는 보건소 등에서 진행한 문진 과정에서 “목만 약간 간지럽다”고 말해 특별한 증상이 없는 무증상 환자로 분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A 씨가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지만 약을 충분히 갖고 있는 만큼 혈당 조절 등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흡곤란이나 폐렴 등 증상이 있는 환자에 밀려 자택에서 대기하며 의료진의 모니터링을 받았다.

하지만 14일부터 A 씨의 증세가 갑작스레 악화됐다. 관할 보건소에서는 시에 급하게 병상 배정을 요청했지만, 병상 부족을 이유로 배정은 미뤄졌다. A 씨는 15일 새벽 먼저 확진돼 병원에 입원한 부인과 통화한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부인의 신고로 구급대가 자택으로 출동했으나 A 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번 케이스가 병상을 기다리던 환자가 숨진 첫 번째 사례는 아니다”라며 “병상 배정 단계에서 연령대나 기저질환, 당시 증상 등을 고려해 배치를 준비하던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까지 서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25명에 이른다. 총확진자 대비 사망률은 0.93%로 집계됐다.

○ “행정 의료 시스템 과부하 상태”

현재 서울의 병상 여건은 넉넉하지 않은 상태다. 16일 오후 8시 기준 서울의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86.1%이다. 특히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확보된 80개 중 79개가 사용돼 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1개에 그친다. 무증상이나 경증 확진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는 전체 1929개 병상 중 159곳만 사용 가능하다.

이로 인해 최근 서울시의 일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 이틀 이상 병상 배치를 기다린 인원은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확진자가 폭증해 행정·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병상 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갈수록 거세져 이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16일 4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기존 최다였던 12일 399명을 넘어섰다.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환자 1명이 15일 처음 확진된 뒤 환자와 종사자 등 20명이 16일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용산구 건설현장 관련 집단 감염은 14명이 추가돼 관련 확진자가 76명으로 늘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서울#60대환자#확진자#사망#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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