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잡힌 후 “알바인줄” 뻔한 변명…안 통한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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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원들, 검거되자 "알바였다" 주장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할 의사 없어…나도 속아"
법원 "조직 실체 다 파악하지 않아도 가담 가능"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일부 조직원들은 검거 후 ‘고액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 보이스피싱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대체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사기 혐의를 받는 변호사 A씨에게 지난 12일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내렸다.

서울 지역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인 A씨는 보이스피싱 업체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해 2차례에 걸쳐 900만원과 15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측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부업체 심부름인줄 알고 일당 30만원을 받고 지시에 따라 일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지하면서, 의심스러운 사정을 용인한 채 불상의 조직원과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A씨 사건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이들은 ‘고액 아르바이트인줄 알고 일했을 뿐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할 의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여러 단계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범행에 가담하는 자들 또한 순차적인 공모를 통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일부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는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박정길 부장판사도 4회에 걸쳐 4명으로부터 6515만원을 교부받은 혐의(사기 등)를 받는 B씨에게 지난해 11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금융위원장 명의 ‘금융범죄 금융계좌 추적 민원’이라는 문서 10매를 위조, 이 문서를 보여주며 4명에게 총 6515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속아서 한 행동일 뿐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돈을 환전해주는 업체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박 판사는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속아 일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환전 세탁소의 위치나 연락처 등 자신이 취업해 일하게 될 업체나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전혀 모른채 그 지시에 따라 수거 업무를 시작했고, 이런 구직이나 취업이 통상적인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정부지법 형사12단독 이상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는 1명에게 630만원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 측도 ‘돈을 수령한 후 전달하는 아르바이트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했을 뿐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다거나 보이스피싱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는 “담당자로부터 불법적인 돈 전달 업무라고 설명을 들었고, 경찰에게 붙잡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며 “이력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은 채 근무하기로 했으므로 취업 과정이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수거한 현금 중 일부를 스스로 공제해 가져가는 형태로 보수를 지급받았고, 수행한 업무에 비해 그 보수가 지나치게 과다하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최근 1명에게만 무려 26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서울동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직원 일부도 수사기관에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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