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또 씻어도 불안”…강박증 어쩌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29일 1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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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강박증 '오염·청결 강박행동'
일상생활·인간관계 영향주면 치료 필요
"스트레스에 약해…가족, 비판해선 안돼"

이모(27)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까 두려워 하루 8시간 이상을 몸을 씻거나 청소하는데 보낸다. 일하고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모든 시간을 닦고 또 닦는다. 스스로 너무 피곤하고 불필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멈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증세가 더 심해졌다. 버스를 타면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버스 손잡이, 의자 등을 수시로 닦아야 마음이 편하다.

박모(43)씨는 코로나19 사태로 강박증이 심해진 중학생 딸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청결에 집착했던 딸의 증상이 최근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샤워만 2~3시간을 한다. 샤워제품도 너무 많이 사용하다보니 피부에 이상증상도 나타났다. 겉옷과 속옷도 하루에 몇 번씩 갈아입는다.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인 박씨는 물론 다른 가족들도 많이 지친 상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손씻기, 마스크쓰기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일상생활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청결 강박이 심각하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번 [아하! 코로나]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강박증에 대해 알아봤다.

강박증이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100명 중 3명이 앓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다. 가장 흔한 강박증 증상으로는 ‘오염·청결 강박행동’이 있다. 예를 들어 몸에 뭔가 묻지 않아도 더럽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해 수 십번씩 씻거나 이미 한 번 빨았던 옷들도 몇 번씩 다시 빠는 식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오염에 대해 예민해지고 청결 강박이 더 심해지는 경우들이 있다”며 “어떤 환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될까봐 병원에 올 때 방호복을 입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약간의 불안은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강박증이 심한 경우)불안을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이 없어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강박증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두 가지가 있다. 약물치료는 뇌 속에서 수용체와 결합해 불안감을 조절하는 신경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충분히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이용한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를 일부러 불안한 상황에 노출시켜 내성을 기르는 것이다. 가령 두 번 이상했던 손씻기와 빨래를 한 번으로 정하는 등 불안이나 찝찝함을 줄이려고 시도하는 강박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치료로 증상을 다소 완화시킨 후 인지행동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권 교수는 “강박증은 스트레스에 약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가족들은 강박증 환자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비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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