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 아이 없게…” 전주시 6년째 ‘엄마의 밥상’ 제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매일 취약계층 303명에 아침 배달, 코로나로 학교급식 중단때 큰 도움
시민-기업 등 지원금도 8억원 육박

전북 전주시의 위탁을 받은 업체 관계자들이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포장하고 있다. 엄마의 밥상은 2014년 시작돼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시의 위탁을 받은 업체 관계자들이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포장하고 있다. 엄마의 밥상은 2014년 시작돼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 제공
지적장애가 있는 A 양(9)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침을 거르는 일이 많았다. 부모 또한 지적장애가 있고 건강이 좋지 않다 보니 A 양의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런 A 양이 요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받는다.

B 군(17)은 아버지, 동생과 함께 산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B 군은 동생을 챙겨야 하지만 B 군과 동생은 아침을 잘 먹지 못했다. B 군이 아파서다. 그런데 최근엔 아침마다 집에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B 군과 동생은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전북 전주시의 ‘엄마의 밥상’이 취약계층에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이 중단됐을 때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지킴이 역할도 톡톡히 했다.

엄마의 밥상은 2014년 아이들이 아침밥을 굶지 않고 희망을 키우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이달 20일로 6년째를 맞았다. 도시락은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장애인 부모와 살면서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18세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전달된다.


전주시는 ‘밥 굶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어야 한다’는 목표로 해마다 대상자를 늘려왔다. 2014년 183명이었으나 올해는 303명으로 늘었다. 6년 동안 1883명의 아이들이 매일 아침 따뜻한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받았다.

도시락은 오전 7시 반 아이들의 집 앞에 배달된다. 밥과 국에 아이들의 영양을 고려한 3가지 반찬이 담긴다. 요구르트·샐러드 등 간식이 곁들여지고 생일과 명절에는 케이크와 선물도 건넨다.

1주일에 다섯 번 배달되는데 금요일 도시락은 평소보다 양이 더 많다. 주말 동안 아이들이 밥을 굶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도시락을 배달하면서도 아이들을 세심하게 챙긴다. 집 앞에 도시락을 놓아두고 빈 그릇은 다음 날 배달 때 가지고 간다. 아이들이 배달원과 마주쳐 혹시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웃에 따뜻한 정을 전하는 엄마의 밥상에 도움을 주는 이들도 많다. 시민과 기업, 단체들의 성금과 물품 지원이 이어져 6년 동안 7억8000만 원이 모아졌다. 빵·쿠키·과일 등 간식에서부터 한우·우족탕·김치 등 먹을거리도 내놓았다. 성금과 물품은 도시락 외에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간식 등을 마련하는 데 쓰인다.

엄마의 밥상은 2015년 시민들로부터 ‘전주시 최고 정책’으로 꼽혔고, 제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에 우수 정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취약계층의 아침을 해결해주는 노력을 인정받아 감사원장 표창도 받았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도시락을 배달받은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감사의 편지를 보내올 때 보람을 느낀다”며 “설문조사를 통해 도시락의 질을 개선하고 아침밥을 굶는 아이가 한 명도 없을 때까지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주#취약계층#밥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