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지역인재?…지방 의대 합격자 10%가 수도권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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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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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전형으로 지역거점 국립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10명 중 1명이 수도권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우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특별전형으로 도입된 ‘지역인재전형’의 취지와 어긋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국립대 의과대학 8곳의 2020학년도 지역인재전형 최종등록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국립대 의대 10곳 중 서울대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지 않고, 강원대는 지난해까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신입생을 선발해 제외됐다.

올해 8개 지방 국립대 의대 신입생 중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총 323명이다. 이 가운데 해당 대학이 속한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 거주자는 41명으로 12.7%를 차지했다.

특히 다른 지역 출신 41명 중 32명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였다. 올해 8개 국립대 의대 지역인재전형 합격자의 9.9%가 수도권 출신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17명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10명)를 포함한 서울 출신이었다.

지역인재전형으로 들어온 신입생 중 다른 지역 출신자가 있는 의대는 경상·부산·전북·충남대 4곳이다. 이 4곳으로 좁히면 지역인재전형 합격자 5명 중 1명(20.1%)이 다른 지역 출신이다. 수도권 출신 비율도 15.7%로 높아진다.

다른 지역 출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대다. 올해 지역인재전형으로 들어온 신입생 75명 중 25명(33.3%)이 다른 지역 출신이다. 수도권 출신은 17명으로, 전체 지역인재전형 모집정원의 22.7%를 차지했다. 5명이 서울 출신이었다.

충남대는 53명 중 10명(18.9%), 부산대는 40명 중 4명(10.0%), 경상대는 36명 중 2명(5.6%)이 해당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 거주자로 확인됐다. 경상대와 부산대는 6명 모두 서울 출신이었다. 충남대는 9명이 수도권 출신이었는데, 서울 출신이 6명이었다.

지역인재전형에서 다른 지역 출신이 합격하는 것은 규정만 따지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원내 특별전형인 지역인재전형의 근거가 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 제15조에는 지역인재전형 지원자격을 ‘거주지’가 아니라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출신 고교 소재지만을 자격요건으로 느슨하게 규정하는 지역인재전형의 맹점을 이용해 일부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을 졸업한 수도권 출신자가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고 합격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때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주 상산고의 경우 입학생 가운데 60%가 서울·경기지역 중학교 출신이었다. 전주에 있는 전북대 의대는 이번 조사에서 지역인재전형 합격자 중 다른 지역 출신이 가장 많았다.

◇해당 지역 출신 지역인재전형 합격자도 ‘의사충분지역’에 쏠려

해당 지역 출신 지역인재전형 합격자조차 상대적으로 의료여건이 나은 일부 지역에 집중돼 시·군·구 간 불균형을 드러냈다. 강 의원이 최근 3년간 8개 지역국립대 의대 지역인재전형 최종등록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의사 수 등 의료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의사 충분지역’에서 인구 수 대비 훨씬 많은 합격자가 배출됐다.

부산대가 인구 수 대비 의사충분지역 쏠림 정도가 가장 높았다. 인구 수를 고려하면 지역인재전형 합격자 중 의사충분지역 출신 합격자가 65.5%, 의사부족지역 출신이 34.5%여야 한다. 결과는 95.7% 대 4.3%로 30.2%p의 격차가 발생했다. 경북대는 인구 수 대비 의사충분지역 쏠림 정도가 29.3%p로 두번째로 높았다.

의사부족지역 중 최근 3년간 지역인재전형 최종등록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한 기초자치단체의 수도 권역 자체가 작은 전북대와 제주대를 제외하고는 전부 과반이었다. 특히 경북대에서는 의사부족지역에 속한 1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4곳에서 최근 3년간 지역인재전형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전남대에서도 의사부족지역인 21개 기초자치단체 중 17곳에서 단 한 명의 합격자도 나오지 않았다.

의사 충분·부족 지역은 앞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를 기준으로 기초자치단체를 구분한 것이다. 각 대학 소관 지역 내 기초자치단체 중 상대적으로 활동 의사 수가 많은 상위 50% 지역을 ‘상대적 의사 충분지역’, 하위 50% 지역을 ‘상대적 의사 부족지역’으로 정했다.

강 의원은 “해당 지역에 정주하면서 지역발전에 공헌할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는 취지”라며 “소외지역의 열악한 의료여건 문제가 심각한 만큼 지방대학은 해당 지역에 살면서 지역 의료여건 개선에 공헌할 충분한 유인이 있는 지역 ‘연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의사의 소외지역 의무 복무가 당장 어렵다면 일단 의대 지역인재전형에서부터 지역 ‘균형’ 선발적 성격을 강화해 소외지역 출신 의료인재가 적극 양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 커져만 가는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여야 한다”라며 “의대 등 지역인재전형 개선을 위해 지방대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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