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기업 덕에 재기 성공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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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알선-창업자금 지원 등 저소득층 자립 기반 마련 도와
서울서 131개 기업 1663명 근무… 편의점-음식점 등 분야 넓어져

조그마한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장영복 씨(66)는 2006년 사업에 실패하면서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됐다. 집도 경매로 넘어가면서 지하 셋방을 겨우 얻어 지내던 어느 날 그는 동주민센터를 찾았다.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일거리를 알아볼 요량이었다. 동주민센터에서는 “기술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장 씨를 지역자활센터로 안내했다. 이곳에서 집수리, 도배 기술 등을 배워 현장에 투입되면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07년 같이 일하던 동료와 함께 서울시가 빌려준 5000만 원을 종잣돈 삼아 제이앤씨라는 자활기업을 창업했다.

장 씨가 회사를 연 지 13년. 제이앤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사업 시공업체 참여를 비롯해 여러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맡아 시공하며 탄탄하게 성장했다. 장 씨는 “죽어라 달려들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고 뛰어들었다”며 “150만 원짜리 중고 트럭으로 시작했는데 새 트럭도 사고 번듯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자활기업 지원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자활센터를 방문하면 자활근로 사업을 통해 일할 기회를 얻고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이처럼 자활근로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재기에 나서기 위해 꾸린 조합이나 사업체가 바로 자활기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소득층 당사자는 사업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이들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면 일자리도 창출되는 ‘일석이조’의 사업인 셈”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창업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활기업에 창업자금을 빌려주거나 인건비, 경영컨설팅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거친 사업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자활기업 131곳에서 1663명이 일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의 성공 사례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집수리, 방역관리 전문업체 해밀인테리어는 회사가 세워진 2007년 1000만 원가량이던 연 매출액이 6억∼7억 원으로 증가했다.

시나 자치구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만큼 사회에 받은 지원을 환원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상반기(1∼6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방역 관련 자활기업들은 노숙인 복지시설 등 ‘방역 사각지대’를 돌며 소독 및 방역 활동을 펼쳤다. 시와 자치구는 방역 활동에 참여한 자활사업단과 자활기업의 활약상을 적극 홍보했다. 이러한 지원 활동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취약계층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강재신 서울시 자활지원과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자활기업의 경영 악화와 사업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와 자치구의 지원,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위기 극복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활기업의 유형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초창기에는 청소나 방역 등이 주를 이뤘으나 전문적인 영역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올해의 경우 편의점 운영, 음식점 등이 예비자활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진우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앞으로 더 많은 자활기업의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노후시설장비 교체, 판로 개척 등 지원 정책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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