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구태의연한 지식 거부하는 ‘언러닝’… 예술교육 현장에서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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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 아시아 최초 서울서 14일 온라인 개막
시각장애인에 미술 가르치고 난민 여성 대상 예술 프로그램
“빈곤-재난 속 상처치유법 모색”

2일 열린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 기자간담회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술가와 예술교육가들의 고민과 비전을 나누는 이번 콘퍼런스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2일 열린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 기자간담회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술가와 예술교육가들의 고민과 비전을 나누는 이번 콘퍼런스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이제 더 이상 글을 쓰고 읽는 것이 사람들을 잘 살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가 학습하고(Learn)하고 누가 폐기학습(unlearn)하고, 재학습(re-learn)할 수 있는지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1970년대에 남긴 말이다. 토플러가 발언한 시점으로부터는 미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구태의연한 과거의 지식을 버리자는 ‘언러닝(unlearning)’ 정신의 중요성은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예술교육이 학교와 같은 기존 제도권에서 학습한 내용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세상을 창의적으로 구축하는 작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러닝은 기업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경영을 할 때 기존의 성공방식에서 벗어나는 혁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실패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어떻게 언러닝을 실천하고 있을까? 비영리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 의 엄정순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미술교육은 필요하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교육에 도전했다. 엄 대표는 “예술가는 사회로 뛰어드는 순간 백전백패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제도적 편견을 뚫고 헤쳐 나가는 과정을 통해 언러닝하고 예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로살리에 제루도 필리핀 산아구스틴대 순수미술학과 부교수는 억울한 사건으로 수감된 난민 여성들에게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는 “개인과 집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예술교육을 통해 빈곤과 재난 속에서도 회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엄 대표, 제루도 교수 등이 참여하는 기조발제를 포함해 전 세계 19개국 350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교육 경험을 공유하고 그 의미를 토론하는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The 5th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가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ITAC는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 가능성,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2012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처음 개최된 ITAC 행사는 이후 격년으로 세계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아시아권 처음으로 서울에서 ITAC 국제운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열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행사는 온라인 플랫폼(itac5.org)을 통해 디지털 콘퍼런스 형태로 개최되며 특별히 일부 프로그램은 무료로 공개한다. 교육진흥원의 김자현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다양한 나라의 전문가들과 경험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이번 행사의 한국 개최로 우리나라를 주축으로 한 아시아의 더 많은 사례들이 국제사회에 소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언러닝#예술교육#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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