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오는데 200명 식비 내라니…” 50명 제한에 눈물 짓는 예비부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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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가량 오는데 200여 명분 식비를 내라니 어떡해야 하나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29일 결혼식을 앞둔 최모 씨(33)는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4월에 잡았던 예식을 8월로 미룬 최 씨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또 다시 난관을 맞았다. 어쩔 수 없이 하객 규모를 50명 미만으로 줄여도 되는지 문의했더니, 예식장 측은 “정해졌던 250명분의 식비 가운데 10%만 줄여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며 예비부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실내 집합 인원을 50명 아래로 제한해야 하지만, 예식장은 통상 200~300명의 식비를 미리 계약하기 때문이다. 만약 예식장에서 이를 줄여주지 않으면 오지도 않는 하객의 식비까지 다 부담해야 한다.

22일 결혼하는 또 다른 예비신부 오모 씨도 “하객 규모를 200명으로 예약했는데 웨딩홀에서 거리두기 지침과 상관없이 비용을 전액 지불하라고 한다. 예식을 미루거나 취소해도 위약금 12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며 “뷔페도 이용할 수 없어 그나마 참석하는 하객조차 식사를 할 수 없는데 식비를 전액 지불하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방역당국이 결혼과 관련해 내놓은 지침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18일 “분할된 공간에서 방송으로 결혼식을 보는 것은 괜찮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23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C 씨는 “예식장에서 ‘식장과 로비, 식당 등에 50명씩 수용해 예식을 치를 수 있으니 200명분의 식비는 환불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며 “공간마다 50명이 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거니와, 해당 지침이 오히려 예식장의 환불 불가에 근거를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예비부부가 위약금을 물지 않도록 조치에 나섰다. 19일 위약금 없이도 결혼식과 모임날짜를 미룰 수 있게 해달라고 한국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로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업체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50인이 안 되면 결혼식 등을 할 수 있는 데다, 법적인 요구가 아닌 협조를 구한 것이라 수용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예식업중앙회는 앞서 3월에는 공정위의 요청에 따라 고객이 결혼식 연기를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석 달 동안 결혼식을 미뤄줄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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