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확진 절반이 50대 이상…정은경 “신천지때보다 더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7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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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교회 등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감염원까지 속출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지금 수도권 유행 상황은 6개월 동안 누적된 무증상·경증 환자가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숫자는 많아도 단일 감염원이었던 대구경북이나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보다 (방역이) 어렵고 위험도가 높다”고 우려했다.

17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197명. 나흘째 100명을 넘었다. 감염 규모가 가장 큰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는 하루 사이 70명이 늘어 확진자가 319명이 됐다. 신천지예수교(5214명·신천지) 다음으로 큰 규모다. 특히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에 참가했던 이 교회 전광훈 담임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인 4000여 명 중 절반가량을 검사한 결과여서 확진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와 영등포구의 정보기술(IT) 교육기관 및 기업도 7명씩 확진자가 나오며 새로운 집단 감염원으로 확인됐다.

현재 수도권 유행이 더 위험스러운 건 올 2월 신천지 때와 달리 확진자 상당수가 바이러스에 취약한 장년과 고령층인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16일 확진자 801명 중 50대 이상이 49.4%(396명)에 달한다. 20, 30대는 27.7%(222명)다. 사랑제일교회 등 교회 관련 확진자 중에 그만큼 장년층 이상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신천지 사태 초반이었던 3월 초 기준으로 20, 30대 비중은 50% 이상이었다. 고령층은 중증도로 빠질 위험이 크고 상대적으로 치사율도 높다. 그만큼 치료과정도 까다롭다.

장마가 끝나고 전국적으로 폭염이 닥친 것도 고령자에게 치명적이다.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치사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은 발열과 두통, 어지러움 등 코로나19 증상과 매우 비슷하다. 의료 현장에서 증상을 놓고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1차 대유행 때와 달리 감염에 대한 경계심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도 걱정스럽다. 최근 카페나 식당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의 원인 중 하나는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수칙을 무시한 탓이 크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정 본부장은 “우리는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방심과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형식적인 시늉이 아니라 기본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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