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 伊문화재 복원재로 인정… 유럽진출 청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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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산 닥나무로 만든 전통한지
伊서 복원 종이 유효성 인증 획득
日 화지 대체재로 활용 가능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속도

2월 전북 전주를 찾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전시·보존·복원 분야 관계자들이 한지 제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전주시 제공
2월 전북 전주를 찾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전시·보존·복원 분야 관계자들이 한지 제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전주시 제공
1454년(단종 2년) 완성된 세종실록지리지 등 역사문헌에 전주한지는 ‘전라도에서 만들어지는 한지 중에서도 상품’이라고 적혀 있다. 고려 중기 이후 조선 후기까지 왕실에 진상됐고 외교문서에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원재료인 닥나무가 많고 철분 함유량이 적은 깨끗한 물 덕분에 전주는 예부터 한지 제조업이 성황을 이뤘다. 질기고 보존성이 뛰어나 1000년 이상의 수명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전주한지의 우수성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전시·보존·복원 관련 총책임자인 자비에 살몽 학예장은 올 2월 전주를 찾아 “전주산 닥나무로 만든 한지는 기록 문화유산 복원 종이로 손색이 없다”고 극찬했다.

전주한지는 최근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았다. 경남 의령한지 인증(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유럽의 기록 문화재 복원 시장에서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12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로부터 최성일 한지장이 개발한 한지가 ‘유효성 인증서’를 획득했다. ICRCPAL은 로마에 있는 세계적인 지류 복원 전문 기관이다.

인증을 받은 한지는 평량 m²당 35g, 45g 등 2종이다. 평량 m²당 35g은 가로 1m, 세로 1m의 무게가 35g이라는 의미다. 전주산 닥나무와 황촉규 뿌리로 만든 닥풀을 사용하는 등 전통 원료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전주한지는 ICRCPAL의 품질 기준인 섬유 구성, 비율, 두께, 방향성, 뭉침 현상, 리그닌 함유 등 10개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ICRCPAL은 인증서에서 “화학적 생물학적 물리적 기술적 기준의 과학적 실험을 모두 통과했다”며 “내구성과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갖춰 문화재 보존, 보수, 복원 분야 사용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전주시는 이번 인증으로 유럽 문화재 보존 및 복원 분야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갖고 있는 일본 화지(和紙)를 전주한지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 기록 문화재 복원 시장과 세계 종이 시장 진출의 기폭제가 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시는 한지 산업화와 세계화를 위해 재외공관 한스타일 공간 연출 사업, 전주산 닥나무 수매 사업, 전통 한지 생산시설 조성 사업, 전통 한지 아카이브 구축 사업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한지가 세계 곳곳에서 활용되고 세계 종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주한지#유효성 인증서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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