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변인 “왜 ‘피해 호소인’이라 부르냐면요…”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0-07-15 15:17수정 2020-07-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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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 답변
이해찬 다시 사과하며 ‘피해 호소인’ 용어 또 사용
야당 “안희정, 오거돈 사건 때는 피해자라고 불러놓고”
“‘피해자’와 달리 혐의 확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려는 의도 있어”
사진=동아일보DB
서울시는 1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울시 직원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는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시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를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이라고 얘기한다. 다른 이유가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황 대변인은 “현재 직원이 피해에 대해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말씀한 것은 아직까지는 없다”면서 “우리도 현재로서는 여성단체를 통해 (성추행 의혹을) 접하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그런 차원에서 (‘피해 호소인’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과거에 쓴 적이 있느냐’는 물음엔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신고가) 접수되고, 진행이 시작되는 시점에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며 “지금까지 이런 사태가 (없었고) 초유의 사태기 때문에 이런 용어를 이전에 쓴 적이 없었다”고 했다.

황인식 서울시대변인이 15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 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2020.7.15/뉴스1 ⓒ News1
“피해 호소 여성? 구체적 증거가 있다면, ‘피해자’”
정부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를 ‘피해 호소 여성’, ‘피해 호소인’, ‘고소인’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아직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자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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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과 여론몰이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같은 날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전날 성명서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했다.

한 전문가는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증거가 있다면 ‘피해자’라고 불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1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상당한 증거들이 복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정도로 구체적 증거가 있다면, 사실은 ‘피해자’가 아닐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차 가해” “지지율 관리”
야당은 민주당이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며 비판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해찬 대표는 과거 성범죄 ‘피해자’라고 호칭하다 유독 이번에는 ‘피해호소여성’이라고 바꾼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과거 미투 피해 여성들을 호칭할 때 ‘성범죄 피해자’, ‘피해여성’이라 불렀다”며 “안희정 사건 때도, 오거돈 사건 때도 피해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번 박 시장 사건은 ‘피해호소여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해찬 대표와 민주당 여성 의원들에게 묻는다. 피해자와 피해호소자의 구분 기준은 무엇이냐”며 “안희정, 오거돈 사건 때는 피해자라고 불러놓고 이번 사건은 피해호소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이냐. 안 지사와 오 시장은 억울하지 않은데, 박 시장은 억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가”라고 꼬집었다.

사진=동아일보DB
유의동 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이해찬 대표께서 사용한 ‘피해호소여성’이라는 단어를 듣고 저는 아연실색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그 단어 속에서 저는 여당의 지금 생각들이 다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를 ‘피해호소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강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어찌 보면 2차 피해, 2차 가해를 더 조장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는 이것이 고인이 진정 원하는 것인지, 고인이 바라는 사태의 정리 의식인지에 대해 저는 민주당 스스로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민주당이 명확하게, 또 용기 있게 나서서 철저한 조사에 협조하고, 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 News1 DB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을 프레이밍 하기 위한 새로운 네이밍”이라며 “민주당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게 우연의 일치일 리는 없고, 이거 처음으로 네이밍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다른 글을 통해선 “(민주당 의원들은) 사과, 제대로 하라. 속지 마시라. 저 인간들, 사과하는 거 아니다. 지지율 관리하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피해호소인’이라 부르고, 다른 한편으로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당의 공식입장은 ‘피해자는 없다, 고로 가해자도 없다.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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